[노트펫] 비행기 티켓 발권까지 하고 마지막 남은 관문은 인천공항에서의 동물검역이었다. 비행기 탑승 전에 검역을 꼭 마쳐야 하므로 대개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여행자는 오전에 검역을 하고 오후 비행기로 출국을 하게 된다.
인천공항 검역소 운영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기에 오전 비행기로 예약을 하게 되면 머나먼 인천 공항에 전날 왔다가 다음날 다시 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사를 하면서 출국을 해야해서 오전은 커녕 이른 오후에도 공항에 올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사를 해서 텅 빈 집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올 수도 없는 일.
결국 이삿날 당일에 공항에 와서 검역을 마치고 공항 주변 호텔에서 하룻밤을 잔 뒤 다음날 출국을 해야 했다.
마침 에어프랑스 직항 티켓은 오전 8시55분이기도 했다. 따라서 나는 한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호텔을 예약해두어야 했다.
그런데 검역을 하려면 먼저 공항에 와야 하기에 아무리 가까운 호텔이라도 무거운 짐과 고양이들을 데리고 호텔로 나갔다가 다음날 다시 공항으로 올 생각을 하니 그것도 심난했다.
공항 안에는 호텔이 없나. 이리 저리 찾아보았지만 검색대를 통과한 후에 있는 환승호텔 밖에 없었다.
전날 가는 거면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이라서 그 환승호텔을 이용할 수가 없다.
그런데, 프리트립을 다녀오면서 공항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 어라, 검색대 밖에도 호텔이 하나 있었다.
다락휴 라고 아주 작은 캡슐호텔이라는 거다. 딱 잠만 잘 수 있게 기능을 최소화하고 거의 무인으로 운영되는 듯 했다.
여기서 묵으면 짐들고 왔다갔다 할 일이 없을 듯 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호텔에서 반려동물을 받아주는지가 문제였다.
호텔을 예약하기 전 남편과 의논을 했더니 남편이 호텔 비용도 회사에서 내준다고 했다. 오홍??
해외 이삿짐을 보내고 잠 잘 곳이 없는 상황이니 당연히 회사에서 비용을 대준단다.
좋아라. 그럼 그랜드하얏트 호텔, 뭐 이런데도 되나? ㅎㅎㅎ
그러나 그 대답은 회사가 아니라 그랜드하얏트 호텔이 주었다. 안된다고. 반려동물은 출입금지란다. ㅠㅠ
생각해보니 한국 대부분의 호텔은 반려동물을 금지하고 있는 듯했다.
아, 그러니까, 호텔이 좋으냐 나쁘냐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저 고양이들을 데리고 호텔로 들어갈 수 있느냐가 문제였다.
나는 대체 어느 호텔이 고양이를 받아줄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이 호텔 저 호텔을 클릭해 들어가 그 호텔이 반려동물을 받아주는지를 일일이 확인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졌다.
이건 너무 무식해. 이건 아니야. 뭔가, 반려동물을 허용하는 호텔을 정리해놓은 건 없을까.
나는 호텔 예약 사이트들의 검색 조건을 뒤지다가 부킹닷컴에서 반려동물 허용 조건이 있는 것을 찾아냈다.
유레카. 그래그래. 고맙다. 부킹닷컴이 최고네.
나는 '반려동물 허용'을 클릭한 후 범위를 인천으로 해서 검색을 했다.
허거. 그 넓은 인천, 그 많은 호텔 중 반려동물을 허용하는 호텔은 단 세 개였다. 세상에 인천에 호텔이 몇 갠데. 달랑 세 군데만 가능하다니.
나는 다급하게 호텔의 위치를 확인했고 그 중 한 호텔이 인천공항과 가깝다는 것을 알고는, 안도했다. 이 호텔은 공항과 무료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었다.
무료셔틀버스가 있다면, 짐이 많아도 괜찮을 것이었다. 대중교통이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혹시 몰라 호텔에 전화를 해서 확인을 했다.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느냐고. 허용하되 마리당 3만원씩 추가 비용이 든다고 했다.
난 두 마리니까 6만원이네. ㅠ 뭐 어차피 회사에서 해주는 거니, 내 예약정보를 주며 반려동물을 두 마리 데리고 간다고 미리 고지해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비행기를 타기 며칠전, 최종 서류를 받으러 마지막으로 동물병원에 갔다.
그 전에 병원에 방문해 고양이 항체 확인도 무사히 마치고 서류만 받으러 오는 거니까 분명히 고양이들을 데려올 필요가 없다고 하였는데 예약 때문에 전화를 했더니 고양이들을 데려와야 한단다.
왜 그럴까, 하면서도 뭐 필요한 게 있나보다 싶어 힘들게 고양이를 잡아서 캐리어에 태우고 머나먼 잠실까지 갔다.
그런데 의사는 회사에서 비용을 대주는 것이니 예방접종도 몇 개 더 하고 추가로 처지를 더 하자고 부른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 집안에서만 고양이를 키우는 나로서는 한국에서도 1년에 한번씩만 예방접종을 했더랬는데 굳이 그럴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다가 추가로 또 비용청구를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이미 충분히 비싼 비용이었다. 이럴거면 고양이를 데리고 올 필요가 없었잖아!! 고양이들 스트레스만 받게.
이 조그만 가방안에서도 구석에 찌그러져 있을만큼 완전 쫄아있는데. ㅠㅠ 내가 거절하자, 의사는 그냥 검역 서류만 건네주었다.
건강검진 결과에 대해서도 별 언급이 없이 결과지 한 장만 내밀고 끝이었다. 수백만원의 돈이 들어간 건데, 너무 간단해 내심 황당하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다 끝이 났다는 생각에, 그리고 빨리 가서 짐을 싸야 했기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간다. 고양이들은 이사하는 하루, 그리고 검역, 게다가 낯선 호텔에서의 하룻밤, 다음은 비행기에서의 열한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 여정을 견딜 수 있을까. 어쩌겠는가, 이제와서. 믿어보는 수 밖에.
[고양이와 파리가기]는 권승희 님이 작년 가을 고양이 두 마리를 포함한 가족과 파리로 이주하면서 겪은 일을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옮겨 게재한 것입니다. 권승희 님의 블로그 '행복한 기억'(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dongun212)을 방문하면 더 많은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게재를 허락해주신 권승희 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