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원조 야구 여신이 돌아왔다. 방송인 최희는 '여신'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우아한 자태로, 반려견 '하랑이'와 함께 현장에 등장했다.
반려동물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마이펫'으로 얼굴을 알린 말티즈 하랑이는 최희 못지않은 빼어난 미모를 자랑했다.
앳된 얼굴과는 다르게 올해 일곱 살, 우아하면서도 사랑스런 꽃중년 하랑이의 자태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훈훈한 미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방송 경험이 있어서인지, 함께 쌓아온 적지 않은 시간 때문인지, 둘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순조롭게 촬영을 마쳤다.
촬영 내내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세심하게 하랑이를 챙기는 최희의 모습에서 하랑이를 향한 사려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방송인 최희와 그녀의 반려견 하랑이를 만났다.
◇떨어져 있어도 변함없이 애틋한 사이
사실 최희와 하랑이는 2주에 한두 번 정도 얼굴을 보는 사이다. 4년 전 최희가 부모님의 집에서 독립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어쩌면 최희와 하랑이의 표정이 촬영 내내 그렇게 밝았던 것은, 오랜만에 만난 서로를 향한 반가움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서가 아닐까 싶다.
반려견 하랑이의 언니 최희는 독립 후 자칭 "풀리, 공주 엄마"가 됐다. 반려묘 '풀리'와 '공주'를 입양한 것이다.
물론 집에 있을 때나 떨어져 있는 지금이나 첫 반려동물인 하랑이를 향한 최희의 애정은 변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떨어져 지낸 이후로 더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처음에 하랑이를 키우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반대하셨어요. 특히나 아빠는 이 주 동안이나 눈길도 주지 않으셨죠. 지금요? 주무시기 전에 막내딸 하랑이부터 챙길 정도로 딸바보가 되셨죠(웃음). 부모님께서 하랑이 외로울까 봐 어디 가지도 않으실 정도예요. 가족여행을 갈 때는 꼭 데리고 가시고요. 가족끼리 외식을 할 때도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곳을 찾는 편이죠"
하랑이는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명실상부한 집안의 막내딸이 됐다.
최희가 독립을 하면서 하랑이를 데리고 나오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부모님한테 기쁨을 주는 막내딸을 뺏어가는 게 될까 봐.
다행히 하랑이는 최희의 빈자리를 살뜰히 채워주며 가정의 화목함을 유지해주고 있다.
최희는 그런 하랑이에게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특히 풀리, 공주와 함께 지내다가 문득 하랑이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아릿하다.
"같이 살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하랑이가 저를 보면 다른 사람들한테 보이지 않는 반응을 보여요. 너무 좋아서 오줌까지 싸면서 반겨주죠.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그러거든요. 강아지들에게 한 번 가족은 정말 영원한 가족인가 봐요. 그렇게 기억하고 반겨주는 하랑이를 보면 너무 미안해요. 오랜만에 가면 너무 좋아서 곁을 떠나지 않고 옆에 꼭 붙어 있으려는 모습을 보면 짠하죠. 특히 제가 또 언제 오나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이기도 해요. 다행히 집이 멀지 않아 하랑이를 보려고 자주 가는 편이에요"
3년 전 최희는 오마이펫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하랑이와의 일상을 공개했다. 특히 하랑이와 반려묘 '풀리'가 최희를 쟁취하기 위해 구축한 삼각관계는, 보는 이들의 흥미를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다.
반려견과 함께 방송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최희는 책임감을 배웠다.
"오마이펫하면서 느낀 게…… 아기 낳으면 정말 힘들 것 같았어요(웃음). 제가 힘든 것보다 하랑이가 힘들어했어요. 촬영이 기니까 지쳐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랑이가 힘들어하니까 그걸 보는 저도 힘들고…… 그런 걸 보면서 '차라리 내가 힘든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진짜 많은 돌봄과 엄청난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걸 촬영하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됐어요"
◇ 방송하는 사람, 그리고 풀리·공주의 엄마
독립을 하면서 혼자 살게 된 최희는 외로운 마음에 반려동물을 들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하랑이를 키우면서 한 생명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있던 터라 선뜻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다.
충분한 고민과 준비 끝에 고양이 '풀리'를 입양했고, 이어 '공주'를 입양했다.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터라 고양이를 키울 거라고는, 게다가 다묘가정의 집사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최희는, 어느새 제법 능숙한 베테랑 집사가 됐다.
반려묘 풀리와 공주에 대해 묻자 미소부터 보이는 최희. 자신의 SNS에 "방송하는 사람, 풀리· 공주 엄마"라고 공식화할 정도니 그녀가 얼마나 반려묘들을 아끼는지 짐작이 갔다.
최희와 함께한 지 5년 차인 수컷 스코티시 폴드 '풀리'는 어릴 때 많이 약하고 또 아프기도 해서 최희의 마음을 졸이게 했었다.
작고 연약해 보기에도 불안할 정도였다는 풀리. 최희는 그런 풀리가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직접 이름을 지어줬다.
"풀리가 너무 작아서 좀 빵실빵실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름을 풀리(Fully)라고 짓게 됐어요. 제 삶도 꽉 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기도 했고요. 지금은 찐빵같이 살이 쪘어요(웃음). 커진 몸집만큼 제 삶에도 풀리는 가득 차 있죠"
최희의 반려묘 풀리(위)와 공주(아래) |
"이름 따라간 것 같다"는 최희의 말은 비단 풀리에게만 적용된 건 아니었다. 둘째인 4살 암컷 페르시안 '공주'는 공주 같은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딱 공주 그 자체가 됐다.
"공주는 정말 이름처럼 공주 같은 아이예요. 질투가 많아서 폴리가 저한테 오면 질투를 해요. 서둘러 뛰어와 몸을 부비기 바쁘죠. 잠도 같이 자고, 하루 종일 저만 따라다니면서 예뻐해 달라 하는 애교쟁이예요. 다행히 공주가 질투를 하면 풀리가 오빠같이 양보해 주죠"
◇ 24시간이 모자라게 바쁜 '진짜' 엄마 집사
가족과 함께 돌보던 하랑이와는 달리 풀리와 공주는 온전히 최희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 그래서 집사 최희는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할 일이 너무나도 많다.
"퇴근하면 쉬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들어오면 할일이 참 많아요. 화장실 치워주고 밥이랑 간식도 챙겨줘야죠. 털 빗겨주고, 발톱도 깎아주고, 발바닥 털까지 정리하고 나서도 털 때문에 청소도 해야죠. 그러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어요"
그렇게 정성을 쏟으면서도 최희는 스스로를 "20점짜리 보호자"라고 말했다.
"진짜 자식처럼 키우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저는 그렇게까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지칠 때 풀리랑 공주에게 큰 위로를 받거든요. 제가 아이들한테 주는 것보다 아이들이 저한테 주는 게 더 큰 것 같아요"
다 주고도 혹시 모자라는 것이 없나 끊임없이 미안해하는 진짜 '엄마'의 마음이었다.
원래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던 최희는 어느새 유기견의 입양 공고를 SNS에 공유하며 선행을 이어가는 동물애호가가 됐다.
"유기견 관련 SNS를 팔로우했었어요. 안쓰러운 사연을 가진 아이들은 많은데 제가 당장 입양을 할 수도 도움을 줄 수도 없으니까 한동안 너무 무기력했어요. 너무 마음이 아프고 우울해져서 SNS 계정을 삭제하기까지 했었어요. 지금은 주변에 정말 동물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슬며시 알려줘요. 나중에 여유가 더 생기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저도 꼭 그런 아이들을 데려오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기부활동도 하며 꾸준히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선행을 이어가는 최희. 그녀는 멀리서나마 동물들의 작지만 반짝이는 희망이 되어주고 있다.
◇소란스럽지 않은 그들의 태연한 일상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다섯 가지 꼽으라고 하면 강아지와 고양이를 빼놓을 수 없다"는 최희.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집에서 풀리와 공주와 함께 가만히 누워있는 시간이 일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란다.
"그런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싶다"는 그녀는, 언젠가 여유가 되면 며칠씩 고양이들과 함께 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꿈꾸기도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 속에서도 서로에게 환한 웃음을 짓게 해 주는 최희와 그녀의 반려동물들.
앞으로도 그들은 그렇게 태연한 방식으로 그들만의 반짝이는 일상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