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고양이기 때문이지> |
[노트펫] 고양이를 키우기 전부터 고양이가 나오는 영화나 문학 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작품 속에서 고양이들은 주인공을 맡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는 자그마한 조연일 때도 있었다.
꼭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 않더라도, 그 안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은 각기 다른 자리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며 사람들과 인연을 맺거나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 전체 줄거리보다 때로는 그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거나 집사를 지켜보는 그들의 기분을 짐작해보는 것이 더 흥미로울 때도 있었다.
원하든 원치 않든 고양이들은 그 자리에 있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은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 이야기는 결국 고양이를 통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내 이야기에 도달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하루키 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고양이라든가, 작은 아씨들의 셋째 베스가 키우는 새끼 고양이들 같은 문학 속 고양이에 관심을 갖다가 점차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속 고양이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고양이를 데리고 도대체 어떻게 영화를 찍었을까? 하는 궁금증에서부터, 대개 조연이었던 고양이들이 점차 주연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일도 재미있었다.
그 영화 속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에세이로 풀어 쓰다가, 최근에 <왜냐하면 고양이기 때문이지>라는 책으로 엮어 출간하게 되었다. 표지에는 품에 한가득 안겨 들어올 것 같은 통통한 고양이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다. 그 고양이를 또 품안 가득 안고 있는 집사의 모습은 왠지 나를 닮아 마음에 쏙 들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드라마 총 26편을 소재로 하고 있는 책이라서 어떤 영화가 가장 재미있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아마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모르는 분들은 없겠지만, 거기에 이름 없는 ‘Cat’이라는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것은 잘 기억이 안 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오드리 햅번이 연기한 ‘홀리’는 왜 고양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을까. 화면 속 고양이를 찾으면서 다시 한 번 이 영화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유명한 고양이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나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가 건네 오는 위로를 느껴보는 것도, 유쾌한 <미노스>나 <사무라이 캣>이 웃음 끝에 남기는 감동을 되뇌어보는 것도 좋겠다.
의인화되어 등장하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아무 관심 없다는 듯이 하품을 하고 꼬리를 말며 눕는 고양이들까지 영화 속에서 나름대로의 공기를 만든다. 그 모습을 슬쩍 살피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은 따뜻해진다. 이대로도 괜찮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일까.
“고양이는 언제나 나의 가장 솔직한 얼굴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 도저히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깊어가는 밤에도, 혹은 내가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제대로 땅을 딛지 못할 만큼 들떠 있을 때에도 고양이는 나의 평범한 하루를 지키고 있다.” (<왜냐하면 고양이기 때문이지> 中)
어쩌면 그래서일 것이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데에는 아마 그들의 존재 이상의 이유는 없으리라고 나는 종종 생각한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