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 전의 일이다. 서울 코엑스에서 ‘2005 반려동물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내 모 대학의 교수 한 분이 미국수의사협회(AVMA)에서 채택한 ‘동물의 5대 자유 원칙’을 소개했었다. 당시 국내의 반려동물 인구수가 300만 명인 수준에서, 동물복지를 위한 '사회 의제화'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이 원칙이 거론된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의 5대 자유 원칙’이란 무엇인가.
우선,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Hunger and Thirst)를 비롯해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Discomfort)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Pain, Injury or Disease) △정상적인 행동표현의 자유(Freedom from Express Normal Behaviour) △공포와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 and Distress) 등 다섯 가지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이다.
한마디로 ‘동물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권리적 자유를 부여해주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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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칙은 영국에서 만든 것이다. 영국은 동물복지와 관련된 정책수립을 위해 1979년 자문기구로 농장동물복지위원회를 두었고, 이 위원회가 ‘동물의 5대 자유 원칙’을 정했다. 이후 미국 등 다수의 나라들이 이 원칙을 준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전 세계 농장동물의 복지 표준이 되고 있고, 나아가 반려동물의 권리장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반려동물의 선진국답게 이미 오래전에 동물을 위한 나름의 원칙을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 원칙을 지키느냐, 단지 선언으로만 남기느냐는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이제 여름 휴가철이 한창이다. 매년 이 맘 때면 피서지인 해수욕장 등에서 유기견이 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도 유기견의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것은 그들에게 자유를 주는 게 아니라, 죽음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행동인 것이다. 여름철 반려동물의 유기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때론 법과 원칙을 거론하면, 딱딱하거나 왠지 버겁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다. 다 같이 하나만, ‘반려동물의 의미에 대해서만’ 생각했으면 한다. 반려는 짝이고, 동반자요, 식구다. 반려동물로 쓰고, 사랑으로 읽는 게 가족이다. 법과 원칙, 그리고 그 어떤 선언문보다 앞서는 게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