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flicker(이하) |
[노트펫] 제주도에서 한 차량이 백구 두 마리를 차 뒤에 묶은 채 끌고 갔다고 한다. 개들은 처음에는 차를 따라잡으려고 뛰었지만 결국 속도에 못 이겨 매달린 채 끌리는 형상이 되었단다.
나는 우연히 이 기사를 보고 예전에 본 기사를 누군가 뒤늦게 퍼온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예전에도 있었던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난 것이다.
그 개들이 그런 일을 당할 만한 잘못을 했을 리 없다. 게다가 요즘은 식용 목적으로 도축을 할 때에도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대다.
무슨 이유로 '일부러 고통을 주기 위한' 행위를 동물들에게 가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아직도 이런 종류의 동물 학대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놀랍고, 슬프고, 안타깝다. 참고로 그 차량의 주인은 ‘개를 트레이닝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이만큼 끔찍하게 보이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최근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하늘샷'도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일명 ‘하늘샷’은 강아지를 하늘로 던져서 허공에 뜬 것처럼 보이게 찍는 사진이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수많은 시도를 할 수밖에 없고, 얼떨결에 하늘을 날게 된 강아지들은 짐작컨대 전혀 즐겁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자칫 실수하면 그대로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 위험하다는 걸 모르고 그저 '견생샷'을 하나 건지기 위해 그런 시도를 하는 걸까?
물론 견주들 입장에서는 예뻐하며 키우는 강아지고, 그저 예쁜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 시도해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반려동물과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몸집이 작은 강아지들에게는 사람이 품에 안고 일어서는 높이도 이미 자기 몸집의 몇 배 높이다.
그밖에도 수간을 권장하는 책이 출간되었다는 등 한 주 동안에만 해도 수많은 동물 학대 소식들이 쏟아진다. 어릴 때 어른들이 뉴스 보는 게 겁난다고 했던 말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때로 사람들은 반려동물의 몸집이 작다고 해서 그들이 느끼는 고통마저 작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동물을 간단히 학대하는 사람들이 같은 인간 세상이라고 해서 약한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할 것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나는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 결국은 약자를 대하는 방식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물학대가 단순히 동물이 불쌍한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논리로 보이기에 더욱 암담해지는 것이다.
인터넷을 켜면 수없이 쏟아지는 동물 학대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근본적인 예방은 ‘동물을 키울 자격’에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동물을 물건 사는 기분으로 구입한 사람들은 동물에게 흥미가 떨어졌을 때 더 이상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생명을 선택해 책임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과 자격이 필요하다.
내가 밥을 먹이고 재워주며 키우는 동물이라고 해서 생명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권리까지 위임했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약자의 입장일 때 나의 존엄성까지 휘둘리고 싶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어떻게 존중받고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동물들을 대할 때에도 한 번쯤 생각해보면 안 될까. 벌써 올 한 해가 끝나간다. 내년에는 뉴스에서 조금 더 즐거운 소식을 자주 보고 싶다.
박은지 칼럼니스트(sogon_abou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