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가 벌떼에 악영향 미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양병찬 과학번역가] 솜털이 보송보송하고 사랑스러운 호박벌은, 미천하지만 생태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전세계에서 작물의 수분(pollination)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결정적인 꽃가루매개자(pollinator)가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에 노출될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연구자들은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 -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의 일종인 이미다클로프리드(imidacloprid)가 호박벌의 봉군(bee colony)에 미치는 행동영향(behavioral effect)을 테스트했다(참고 1).
그들이 호박벌을 실험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봉군(蜂群)의 크기가 꿀벌보다 훨씬 더 작아, 개체를 관찰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호박벌들의 행동을 추적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각각의 벌에게 방수가 되는 조그만 2D 바코드(waterproof 2D barcode)를 부착했다. 그리고는 로봇 카메라를 이용하여 개체의 운동을 일일이 기록하기로 했다.
상이한 벌떼(살충제에 노출/비노출된 벌떼)들은 상이한 장소에 격리되었고, 각각의 장소는 '둥지 트는 지역'과 '꿀을 채취하는 지역'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벌들은 다양한 농도의 이미다클로프리드를 함유한 꿀에 접근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은 특별히 제작한 로봇 섀시(robotic chassis) 위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하여, 각 벌떼들의 상황을 주기적으로 체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살충제에 노출된 벌떼는 24시간 이내에 일련의 행동변화를 나타냈다. 개체들은 꾸벅꾸벅 졸며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그들은 채취활동이 줄어들었고, 둥지의 중심부에서 - 벌떼의 변방(periphery)을 향해 - 먼 곳으로 흩어졌다.
연구자들은 좀 더 현실적인 상황에서 살충제가 벌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도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6개의 벌떼를 실외에 배치하고, 각각의 벌떼에 열센서(thermal sensor)를 장착했다.
각각의 벌떼에게는 '순수한 꿀'이나 '이미다클로피드가 함유된 꿀'에 접근하도록 했다. 그리고 연구자들은 벌떼의 표면온도, 내부와 내부의 공기온도를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 이미다클로피드를 섭취한 봉군은 - 특히 외부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할 때 - 둥지의 온도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미다클로피드를 섭취한 봉군은 순수한 꿀만을 먹은 봉군에 비해, 성장하는 새끼들 주변에 방어용 왁스덮개(wax canopy)를 구축하는 데 서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행동변화들은 개별적으로는 작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작은 변화들이 결합될 경우, 둥지 전체에 극단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살충제를 비롯한) 농업용 화합물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할 거라 믿고 있다.
양병찬 과학번역가(https://www.facebook.com/OccucySesamelStreet)
※ 참고문헌
1. http://science.sciencemag.org/content/362/6415/683
※ 출처: Science https://www.sciencemag.org/news/2018/11/new-tracking-system-could-show-last-how-pesticides-are-harming-bee-colon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