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더들리 동물원 사육장을 탈출했다가 숨진 눈표범 마르가시. |
[노트펫] 대전동물원 퓨마 탈출 사건과 판박이처럼 닮은 사건이 영국에서 벌어졌다. 사육사가 동물원에서 실수로 문을 열어놓은 탓에 눈표범이 탈출했다가 사살 당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즈 카운티에 있는 더들리 동물원은 이날 8살 눈표범 ‘마르가시’가 지난 11월 23일 오후 5시경(서머타임 기준) “사육사의 실수로” 열린 사육장 문을 통해 도망쳤다가 안락사 됐다고 발표했다.
공공안전을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동물원 경비대 수석대원이 마르가시를 단 한 발로 고통 없이 사살했다고 설명했다.
더들리 동물원장 데릭 그로브는 “이것은 엄청나게 슬픈 사건으로, 우리 직원들은 당연히 비통해하고 있다”며 “안락사는 최후의 수단이고, 앞으로도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브 원장은 “마르가시를 사육장으로 돌려보내려고 설득한 노력들이 실패했고, 삼림지대가 가까운 데다 어두워지고 있었으며, 수의사가 약효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신경안정제 화살이 안전한 선택인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동물원 측은 눈표범의 탈출이 동물원 폐장 후 벌어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징계절차에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물원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찬반이 갈렸다.
본 프리 재단(Born Free Foundation)은 “의심할 여지없이 마르가시를 돌본 사람들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슬픈 사건이지만, 이것은 다시 한 번 동물원이 그야말로 사람과 동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고 비판했다.
재단은 “동물원이 멸종위기종을 보존하는데 공헌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 주장이 이치에 맞든, 안 맞든 간에 동물원 눈표범의 억류된 삶과 불행한 죽음이 우리가 어떻게 동물원과 자연 모두 광범위한 야생동물 보존에 실패하고 있는지 상기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눈표범 트러스트(Snow Leopard Trust)은 눈표범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면서도 “기금 파트너이자 사람과 동물을 연결할 접점으로서 동물원이 야생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고 옹호했다.
마르가시는 지난 2010년 5월 잉글랜드 노퍽 카운티에 있는 밴험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지난 2011년 9월 더들리 동물원으로 이송돼, 3살 암컷 ‘타이가’와 함께 살았다.
눈표범은 주로 중앙아시아에 서식하며, 야생에 약 4000마리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수명은 야생에서 10~12년이지만, 동물원에서 22년까지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