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미국은 다람쥐들의 천국이다. 다람쥐들은 가로수나 공원 같은 곳은 물론 주택가의 뒷마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에는 다람쥐들만 많은 것이 아니다. 다람쥐와 비슷한 외모를 하고 있는 가까운 친척인 땅다람쥐(ground squrriel)들도 많다.
뒷마당의 오랜 주인인 다람쥐. 2018년 5월 촬영 |
미국 중서부인 미드 웨스트(midwest)는 드넓은 평야지역이 펼쳐진다. 그 평원에는 다양한 종류의 땅다람쥐들이 사는데, 그중에서도 몸통에 긴 옆줄이 있어서 ‘표범다람쥐’(Leopard ground squirrel)라고도 부르는 ‘열세줄땅다람쥐’(Thirteen-lined Ground squirrel)가 이곳의 대표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작은 설치류인 열세줄땅다람쥐에게는 무서운 포식자가 존재한다. 그 천적은 건조하고 더운 지역인 텍사스,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에서 사는 맹금류인 가시올빼미(Burrowing Owl)다.
가시올빼미는 무서운 천적이라고 부르기에 치고는 체격이 왜소한 편이다. 불과 200g에 불과한 이 올빼미는 왜소한 체구 때문에 맹금류가 맞는지 의구심까지 생길 정도다.
그래도 명색이 올빼미인지라 설치류 사냥에 있어서는 대가로 손꼽힌다.
열세줄땅다람쥐(박제). 미드 웨스트의 초원에는 사진과 같은 열세줄땅다람쥐를 흔히 볼 수 있다. 2017년 10월 미주리주박물관에서 촬영 |
이 두 동물의 관계는 단순히 약한 동물의 고기를 강한 동물이 먹는 먹잇감과 포식자 관계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이상의 관계가 숨어있다.
열세줄땅다람쥐는 다른 땅다람쥐들과 마찬가지로 굴을 파고, 그 굴 안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새끼도 키운다. 그런데 가시올빼미는 땅다람쥐들이 파놓은 굴을 자신의 보금자리로 이용한다. 가시올빼미 입장에서 열세줄땅다람쥐는 식량과 주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가시올빼미는 하늘이 보이는 나무 위 같은 곳이 아닌 땅 속에 둥지를 틀고 산다. 가시올빼미가 다른 올빼미와는 달리 나무 위나 절벽 등지에 둥지를 틀지 않고 굴속에서 사는 것은 이유 있는 선택이다.
맹금류치고 작은 체구인 가시올빼미가 탁 트인 높은 곳에 둥지를 틀면 언제든지 자신보다 덩치 큰 다른 맹금류로부터 습격당할 수도 있다.
새끼 새들은 물론 어미 새의 생명까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시올빼미는 보다 안전한 땅 속에 보금자리를 꾸미고 생활한다. 물론 이렇게 지하에서 살면서 대낮의 무더위를 피할 수도 있다.
열세줄땅다람쥐의 천적인 가시올빼미(박제). 가시올빼미들은 프레리도그나 열세줄땅다람쥐들이 버린 굴을 둥지로 사용하기도 한다. 2018년 8월 댈라스 페로박물관에서 촬영 |
영미권에서는 가시올빼미를 버로잉 아울(Burrowing Owl)이라고 한다. 버로우(burrow)는 ‘(땅에)굴을 파다’, ‘(땅에)~을 파묻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땅 속에 굴을 파고 사는 올빼미, 굴속에서 사는 올빼미를 의미한다. 이름 하나로만으로 새의 생활 습관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땅다람쥐, 두더지 같이 땅 속의 굴에서 사는 동물들을 버로잉 애니멀(burrowing animal), 우리말로 번역하면 천공동물(穿孔動物)이라고 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