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일본에 여행을 가면 귀여운 고양이 모양의 장식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장식물은 고양이가 앞발로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마치 부르는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서 초대하는 고양이라는 뜻을 가진 ‘마네키네코’(招き猫, まねきねこ)다.
그래서 일본 상인들은 마네키네코를 손님을 불러 모으는 상징으로 간주해서 자신의 상점 앞에 둔다. 중국 상인들이 재운(財運)을 상징하는 관우상(關羽像)을 상점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그런데 고양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로 앞발을 사용한다.
사람이 손을 들어 다른 사람에게 마네키네코처럼 흔든다면 이는 초대의 의미를 담은 몸짓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가 그렇게 하면 이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이다. 공격의 신호라고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그 고양이 앞에 가급적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다. 호의로 착각하면 안 된다.
2012년 일본여행 당시 오사카에서 구입한 마네키네코 |
마네키네코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전해진다. 널리 알려진 것은 고토쿠사(豪徳寺)라는 사찰과 관련 있는 이야기다. 이 얘기는 2012년 일본여행을 갔을 때, 당시 현지가이드가 들려준 것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일부 내용은 살을 좀 덧붙였다.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사후, 당시 일본의 2인자였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숨겨 놓은 자신의 발톱을 드러내고 히데요시의 아들 히데요리(秀頼)의 세력을 물리치고 도쿠가와 막부(徳川幕府)를 연다.
당시 중앙정부 역할을 하였던 막부의 수장은 도쿠가와 집안에서 대대로 세습하는 쇼군(將軍)이었다. 막부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준 국가적인 성격을 지녔던 번(藩)은 당시 지방정부 역할을 하였는데, 번의 수장인 번주(藩主)도 쇼군처럼 대대로 세습을 하였다.
지금의 시가현(滋賀県)에 기반을 두었던 히코네번(彦根藩)의 번주는 이이 가문(井伊氏)에서 배출되었다. 제 2대 번주인 이이 나오타카(井伊直孝)는 평소 매사냥을 즐긴 것으로 전해지는데, 어느 날 매사냥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고토쿠사(豪徳寺)라는 절 앞을 지나게 되었다.
2019년 1월 인천의 한 상점 앞에서 만난 마네키네코들 |
그런데 절에서 키우던 고양이가 번주를 향해 마치 앞발을 흔들면서, 잠시 절 안으로 들어오라는 몸짓을 했다. 그 모습을 본 번주는 고양이가 자신을 절로 초청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절에 들렀다.
그런데 그는 잠시 후, 놀라운 광경을 경험하게 된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장대비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번주는 어쩔 수 없이 비가 그칠 때까지 절에서 쉬게 되었다. 비가 그친 후 안전하게 귀가한 그는 고양이의 행동에 탄복하고 이후 고토쿠사를 위해 많은 재물을 기부했다고 한다.
이이 나오타카가 방문하기 전까지 고토쿠사는 몰락의 길을 걷던 쇠퇴한 절이었지만, 그의 방문과 기부 후 절은 다시 일어서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 후, 사람들은 영주를 절 안으로 불러들여 절을 일으킨 고양이의 모습을 기리면서 마네키네코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전설 같은 이야기다. 그러니 진지하게 진위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고양이의 앞발을 드는 자세는 초청의 의미가 아닌 공격의 의미라는 점은 간과된 이야기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