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유기동물(abandoned pet, 遺棄動物)은 원래 그 동물을 돌보아주던 주인이 있었지만, 주인의 실수나 고의 또는 사고 등으로 버려진 동물을 말한다. 따라서 이들 동물들의 최초 출발 지점은 길거리나 야생이 아닌 사람들의 보살핌 속이었다.
그러므로 이런 동물들이 사람의 집이 아닌 야생에서 살게 되면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모든 동물의 최우선 과제는 생존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다른 동물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기 마련이다. 야생에서는 경쟁에서 지면 죽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반려동물들의 경우는 다르다.
반려동물들은 다른 생명체와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없이도 주인 때문에 생존이 가능하다. 그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주인과의 예상치 못한 이별만 없다면 안전하고, 편안하다.
국내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만난 반려동물들. 2012년 8월 촬영. |
하지만 이런 반려동물이라도 일단 유기동물이 되면 상황이 바뀌게 된다. 주인이라는 보호막이 없어지면 안전은 물론 먹이도 없다. 주인이 아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는다. 이유 없는 학대행위도 일어난다.
인간 세상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의 대부분은 개와 고양이다. 그 중에서도 고양이로 한정하여 이야기 해본다. 고양이는 반려동물의 또 다른 축인 개와는 다른 존재다. 능력에서도 성격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고양이는 평면적 활동에 만족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나무도 타고, 아찔한 담벼락에서도 문제없이 이동한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능력이나, 순간적 도약력도 다른 동물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하다.
고양이의 야생 친척들도 그런 능력을 이용하여 날아다니는 사냥감도 잡는다. 아프리카의 야생고양이 서발(serval)은 뛰어난 도약력으로 지표면에서 낮게 나는 새를 사냥한다. 하지만 개과동물들은 이런 방식으로 날개 달린 새들을 사냥하기 쉽지 않다.
새를 사냥하는 서발. 2018년 3월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촬영. |
주인의 유기 등으로 야생에 갑자기 던져진 고양이들은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도심에 버려진 고양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버려진 음식물쓰레기에서 먹이를 찾겠지만, 야생에 떨어뜨려진 고양이들은 다른 동물들을 사냥할 수밖에 없다.
댈라스 페로박물관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에서만 해도 연간 약 5억 마리의 새들이 고양이들에 의해 사냥된다고 한다.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미국의 경우,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도 뒷마당에서 본능에 따라 새들을 사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렇게 희생된 대부분의 새들은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아닌 길고양이들에 의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미국은 한 예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길고양이들이 야생이 아닌 자신의 고향인 사람들의 집에서 살았다면 그렇게 많은 야생조류들이 사냥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더 풍성한 생명들이 자연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무심코 유기한 고양이와 그 후손으로 인해 그렇게 많은 야생조류들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문제를 두고 길고양이들을 비난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 문제를 만든 것은 고양이가 아닌 귀찮아서 길에 버린 사람들이다. 길고양이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인 죄 아닌 죄 밖에 없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