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사람들은 정말 사소한 것을 서로에게 물어보기도 합니다. 가령, "우리 집 강아지는 앞 발톱중에 2개는 검은색이고 나머지는 흰색인데, 이거 괜찮은거야?" 같은 질문 말이죠.
일반인이라면 모른다고 대답하거나 직관적으로 말해도 괜찮지만, 수의사의 경우 이런 사소한 질문도 "말만 들어서는 몰라" 라고 솔직히 말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원래 발톱이 몇 개만 까만색인 아이들도 있을 수 있지만, 아주아주 만약이라도 다른 건강상의 이유로 발톱이 변색되었을 가능성을 어떻게 배제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얼버무리는 대신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설명만 들어서는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사진 찍어서 보내줘."
사람 심리라는게 그런 것 같습니다. 사소한 것을 물어 보는 건 마침 그 때 생각나서 말해보는거지, 나중에 사진까지 챙겨 보내주는 경우는 드물더라구요.
그런데 정말 가끔이지만 끝까지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떤 분이 사진까지 보내주시면서 물어보시길, "우리 집 개 입술 색깔이 얼룩덜룩한 건 왜 그러냐"고 하시더군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실제로 보내 주신 사진은 아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첨부한 사진입니다.)
원래 정답은 ‘사진만 봐서는 몰라’가 되겠지만, 이렇게까지 물어보시는 분께 무조건 모른다고 하기도 예의에 어긋난 일이겠지요.
포유동물의 피부가 착색되는 일차적인 이유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멜라닌 세포(Melanocyte) 때문입니다. 멜라닌 세포는 멜라닌이라는 색소를 생성하고, 주변의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에 색소를 전달해 어두운 색으로 착색시키게 되죠.
개의 경우 한 개의 멜라닌 세포가 평균 10~20개의 각질형성세포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착색 정도는 품종이나 개체별, 신체 부위별, 건강상태별로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건강상 문제가 없어도 피부가 얼룩덜룩한 아이들이 있는 것처럼, 입술이 얼룩덜룩하다고 해서 무조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종류의 질환이 생길 경우 원래 어두웠던 부분이 탈색되거나( depigmentation) 밝았던 피부색이 어둡게 착색( hyperpigmentation)될 수 있습니다.
점막 부위에 농피증이 생기거나, 드물지만 면역매개성 피부질환 또는 특수한 종류의 종양으로 인해 피부의 세포들이 파괴되면서 색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입술이 붓거나 궤양이 생기는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거나, 변색되는 부분이 점점 넓어지는 등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를 캐치해내는 건 보호자의 몫이겠죠.)
다만 단순히 입술색이 얼룩덜룩 한 것 뿐이라면, 과거의 단순한 상처나 가벼운 염증의 흔적 등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