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이 키우던 스탠더드 푸들이 낳은 새끼들을 300만원에 분양한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이쪽업계에서도 한동안 이야깃거리가 됐다. 그 강아지들을 하필 자신의 회사가 하는 애견숍에 내놓은 것을 두고 구태여 저렇게 하나 이들도 있다. 이것은 일단 옆으로 제쳐두고..
무슨 강아지이길래 300만원씩이나?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과연 비싼 것일까. 현재 형성되고 있는 몸값을 본다면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그렇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강아지들은 얼추 몸값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딱 이 가격이다 그런 것은 없다. 같은 종이라도 강아지마다 그 가치가 다르다.
지난해 말티즈 한 마리를 분양하려 숍에 데려 왔다. 그 말티즈는 한 눈에 봐도 정말 인기를 끌만했다. 다만 그 말티즈는 옥에 티랄까 목 부분에 예방접종할 때 생긴 땜빵 자욱이 하나 있었다.
그 땜빵 자욱은 그 말티즈의 몸값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사실 나도 그 땜빵을 이유로 몸값을 좀 깎아 데려왔다. 하지만 진가를 알아보는 이는 어디든 있는법. 지금 그 말티즈를 키우고 있는 이는 단박에 그 말티즈의 진가를 알아 봤다.
ⓒ노트펫 |
나도 자신이 있었기에 딱 잘라 이 가격이 아니면 안된다고 했다. 그 분은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곧장 은행에 가서 현찰을 뽑아 와서는 데리고 갔다. 그리고 그 말티즈는 지금 다 컸어도 새끼 적 용모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주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사실 땜빵 자욱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없어 지는 경우가 많다.
애견숍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은 경매장에 와서 열심히 메모한다. 말티즈는 얼마, 비숑프리제는 얼마 이런 식으로 경매장에서 매겨지는 가격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한다. 하지만 이는 초보 티를 내는 행동일 뿐이다.
경매장에서의 몸값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그러니 적어봐야 내일이 되면 쓸모없는 기록이 될 뿐이다. 강아지는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이 아니다. 저마다 다 나름의 소중함을 갖고 있다. 그것보다는 왜 같은 종인데 이 애는 이렇고, 저 애는 이럴까 하는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용진 부회장이 키우는 스탠더드 푸들들을 본 이들은 잘 알듯 싶다. 스탠더드 푸들을 가꾸는데 비용은 물론이고 얼마큼의 시간이 드는지.
가족같은 가정견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함부로 들이지 말 것을 권한다. 그 스탠더드 푸들은 단지 키우기만 하는 개가 아니다. 그개에 맞게끔 품위를 유지해줘야 한다.
소중하지 않은 개가 없겠지만 주인이 그 개를 알아봤을때 소중함은 더 커지게 된다.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야 그 개가 행복하고, 그 가치가 빛이 난다.
한편 분양을 받으면서 소위 덤탱이를 쓰는 '호갱님'이 되는 경우가 꽤 있다. 대표적인 경우를 꼽으라면 자신의 애인 앞에서 으스대고 싶은 젊은 남자일 것이다.
애견숍의 거리 충무로에서 5배 넘게 부른 가격에 체면 차리느라 혹하고 넘어간 이도 있다. 호갱님이 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태도는 으스대는 태도일 듯싶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