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동물보호소 사무실에 훔친 물건으로 둥지를 튼 유기견 케빈. [KRON4 갈무리] |
[노트펫] 반려동물의 도벽은 주인에게 골칫거리면서도 귀엽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도벽의 동기가 특별한 개가 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가 보호소 직원들의 물건을 훔쳐서 둥지를 만들어, 직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방송 크론4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살 래브라도 리트리버 믹스견 ‘케빈’은 오스틴 동물센터(AAC)에서 4개월 넘게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6개월째 AAC 개집이 모두 꽉 차서, 케빈은 늦게 들어온 개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임시로 지내게 됐다.
그런데 입양에 걸림돌이 될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케빈만 AAC 유기견들 중 유일하게 도벽을 가졌다는 점이다. 케빈은 발에 닿는 것이면 장난감, 밥그릇, 동전, 옷, 담요, 지갑까지 닥치는 대로 훔쳤다.
AAC 직원 케이틀린 크레트싱어는 “내가 사무실 개들을 돌보는 일을 맡을 때마다 사무실에 가보면 저번에 볼 때보다 케빈의 ‘장물’이 점점 늘어났다”며 한 직원이 통화를 하려고 잠시 사무실을 나갔다가 돌아왔는데 “그 직원이 벗어둔 스웨터를 케빈이 깔고 잠을 잤다”고 귀띔했다.
케빈은 책상 밑에서 지내면서, 틈틈이 직원들의 소지품을 훔친다. [KRON4 갈무리] |
그러나 AAC 직원들은 아무도 케빈을 탓하지 않았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케빈이 마치 둥지를 만들려는 것처럼 장물을 동그랗게 모아놓고, 그 중앙에 앉아있는 모습이 애처롭기 때문이다.
제니퍼 올로핸 AAC 홍보 담당 매니저는 “보시다시피 케빈은 정말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장난감 몇 개, 밥그릇, 침구 등이 그가 가진 전부”라고 설명했다. 올로핸은 “설령 당신이 케빈이 훔쳐간 셔츠의 주인이라고 해도” 케빈의 도벽이 사랑스럽고 다정하게 느껴질 거라고 말했다.
크레트싱어는 “케빈이 우리 물건을 가져가서 (우리의) 존재를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와 더 가까워졌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그녀는 “케빈이 (물건을 훔치는 행동으로) 실제로는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누군가 와서 케빈을 집으로 데려가주길” 바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케빈이 음식에 집착하고 도벽도 있기 때문에 케빈을 이해하고 인내해줄 주인을 만나길 AAC는 바라고 있다. 케빈은 목줄 훈련도 받았고, 다정다감하기 때문에 좋은 반려견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