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강대 교수님들의 기막힌 아기 고양이 구출 사건
[노트펫] 교수님들의 아기 고양이 구출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자동차 보닛에 갇힌 고양이를 꺼내기 위해 우르르 몰려 나오셔선 자동차를 이리저리 흔들고, 차 아래 들어가고, 마침 쏟아진 비에 옷은 홀딱 젖고, 결국 카센터까지 가고..
교수님들의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모습에 해당 과의 학생들은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학생이 구조를 시도하다 도저히 안 돼 붙인 것으로 후에 확인됐다. |
지난 18일 아침 경기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주차장. 주차장을 지나던 이 학교 만화콘텐츠스쿨(만화과라고 부르는 이들도 여전하다) 김태권 교수의 눈에 자동차 유리창에 끼워둔 종이 한 장이 보였다.
"보닛에 고양이 들어있음. 꺼내주세요:)" 앙증맞은 고양이 일러스트와 함께 이 말이 인쇄돼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 학생이 처음 발견하고선 꺼내보려다 도저히 안되자 차주에게 알리기 위해 붙인 것이었다.)
김 교수는 이것을 찍어 교수 단체채팅방에 게시했다. 그러자 고양이가 걱정이 된 교수님들이 한 분 두 분 밖으로 나와선 고양이 소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7, 8명의 교수가 모였다.
차주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연락해보니 다른 과 교수님의 차였다. 차주인 교수님이 와서 보닛을 열어봤으나 보이지 않았다. 불러보자 겁에 질렸는지 아예 소리를 내지 않았다.
불러도, 흔들어도, 두들겨도 응답없던 아기 고양이. |
못 나오는 것이 아니고 안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한 교수님들. 놀라게 하면 나오겠지 하는 생각에 차를 들고 흔들어 봤다. 성인 여럿이 모이면 차도 옮길 수 있다. 그러나 고양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답답했던 한 교수님이 직접 꺼내보겠다고 누워서 차 밑으로 들어갔다가 자동차 아래에 끼는 안타까운(?) 모습도 연출했다. 고양이는 더 깊숙이 들어가버린 모양인지 잠잠했다.
이날은 전국 곳곳에서 새벽에 천둥번개가 요란했다. 교수님들이 이렇게 끙끙대고 있을 때 갑자기 또 비가 쏟아졌다. 덕분에 교수님들은 쫄딱 젖어 고양이 앞에 생쥐 신세가 됐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잠잠한 고양이. '아마 도망갔을거야'하면서 점심을 먹고 왔으나 차에서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카센터로 견인해 가서 뜯어 보기로 결정. |
그래서 이번엔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연락, 다시 뒤져봤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야 말로 도망갔다고 생각했으나 또 소리가 났다. 술래잡기도 이런 고약한 술래잡기가 없었다.
결국 교수님들은 견인해서 차를 뜯어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실제 고양이를 꺼내기 위해 카센터에 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센터에 가는 임무는 고양이에 익숙한 전혜정 교수와 양혜림 교수가 맡기로 했다. 구조했을 때를 대비해 수건과 종이 상자도 챙겼다.
이때가 최초 발견뒤 최소 4시간이 지난 후였다. 아기 고양이의 탈진과 탈수가 우려되기 시작됐다. 카센타에서 리프트에 차를 들어올려, 바닥을 뜯어냈다. 첫 눈에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있었다. 엔진룸 쪽이 아닌 자동차 앞 그릴. 그 좁은 곳에 끼어서 나오지 못한 것이었다.
뜯어도 잘 보이지 않는 고양이. 앞쪽에 있었다. |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 고양이는 즉시 동물병원행. 2개월 반쯤으로 추정됐는데 검진 결과 진드기나 설사 등 육안으로 관찰되는 이상은 없었다. 그리곤 전혜정 교수의 연구실을 새 거처로 얻었다. 어미를 찾아주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동물병원에 와서 닦아냈지만 거뭇함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었다. |
비록 차 밖으로 나오는 최고의 순간까지 다함께 하진 못했지만 그 짧은 시간 큰 정이 들어버린 교수님들. 이 녀석에게 심청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는 심청이를 돌아가면서 돌보기로 하고 모임을 결성했다.
심청이라는 이름은 심청전 속 심청이처럼 젖동냥하듯 돌아가며 키워야 하는데다 이 녀석이 '심각하게 멍청하고(...)'라는 인상을 풍겼기 때문이란다.
심청이 구조는 전혜정 교수의 SNS를 통해 알려졌다. 고양이의 마력에 빠져 허우적대는 만화작가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화 사관학교로 불리는 청강대 만화콘텐츠스쿨에서 벌어진 일이니 만화 작가들도 가만있지 않는 모양새다.
"하찮은 탈출 기도 중" |
'모든 고양이들의 삼촌'으로 불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강풀 작가가 심청이에게 고양이 장난감 4종 세트를 선물로 보내왔다. 물론 심청이는 기력을 회복한 뒤 고양이답게 하찮은 인간의 선물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단다.
전혜정 교수는 "차에 들어간 고양이가 온갖 나쁜 방식으로 죽는 경우가 상상되는 바람에 구출직전까지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던 상황"이라며 "지인의 말처럼 익히 알고 있는 한국 문화가 아닌 것처럼 느껴져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