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호기심(curiosity)은 모르는 것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호기심은 “무엇일까?”또는 “무슨 일일까?”하는 존재에 대한 것과 “왜 그런 것일까?”하는 이유에 대한 것으로 크게 구분할 수도 있다.
인류는 호기심이 많은 존재다. 특히 우주의 존재와 만물의 원리에 대한 호기심이 깊다. 이러한 인간의 호기심은 과학과 철학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결과론적으로 인류의 문명을 더욱 성숙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인류문명 같은 큰 주제가 아닌 평범한 개인의 삶으로 그 범위를 좁히면 지나친 호기심은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는커녕 오히려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남의 일에 지나치게 많은 호기심을 갖거나, 무시해도 좋을 시시콜콜한 작은 일에도 집착 수준의 호기심을 가지는 경우가 그렇다.
영국 속담에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게 만든다.”(Curiosity killed a cat.)가 있다. 그런데 이 속담은 직역해서는 도무지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나친 호기심을 가지면 인생이 힘들어진다.”고 의역하는 게 오히려 속담이 주는 의미를 제대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필자의 집 실내공간을 유심히 살펴보던 고양이. 고양이의 이러한 호기심은 간혹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2018년 2월 촬영 |
그런데 왜 이 영국 속담을 살펴보면 뭔가 작은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왜 그 많은 동물들 중에서 고양이가 이 속담에 등장했냐는 것이다. 분명 다른 동물들도 호기심이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영국 고양이 속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고양이 속담을 서로 연결하여 풀어보면 그 의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또다른 속담은 “고양이는 9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A cat has nine lives.)이다. 중세를 거치면서 서양에서는 고양이라는 동물은 특이하게도 무려 아홉 개나 되는 목숨을 가진 동물로 전해졌다.
고양이의 목숨이 여러 개라고 믿어진 것은 고양이가 가진 놀라운 유연성과 대단한 운동 능력과 관련이 있다. 또한 중세시대 당시 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종교적 편견의 영향도 있다.
그런데 고양이에 대한 이러한 이야기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고양이는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당연히 고양이의 목숨은 과거나 현재나 모두 한 개일 뿐이다.
앞서 언급한 고양이 속담 두 개를 서로 연결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호기심이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그래서 목숨이 아홉 개나 되는 고양이도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면, 그 많은 목숨을 모두 잃고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숨이 하나뿐인 사람은 호기심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목숨이 아까우면 불필요한 곳에 과도한 호기심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기심 많은 고양이처럼 호기심 많은 사람도 그 호기심 때문에 죽을 수 있다.”
물론 위의 풀이는 개인적 해석에 불과하여 높은 신뢰도를 두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하지만 두 고양이 속담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는 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무방할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