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무척추동물, 어류, 양서류, 파충류 같은 동물들은 외부 환경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poikilotherm, 變溫動物)이다. 하지만 조류, 포유류 같은 정온동물(homoiothermal animal, 定溫動物)들은 외부환경 변화와 관계없이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한다.
그런데 이런 정온동물의 경우, 서식지역의 기후에 따라 체구의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이 있다. 추운 곳에 사는 동물의 체격이 그렇지 않은 곳에 사는 같은 종(species, 種)의 다른 동물보다 더 큰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동물은 호랑이다. 현재 호랑이는 모든 서식지에서 심각한 생존위기에 처해있다. 호랑이의 9개의 아종(亞種) 중에 발리, 자바, 카스피해호랑이 등 3개의 아종은 이미 멸종되고 말았다. 현존하는 아종은 벵골, 시베리아, 말레이, 인도차이나, 수마트라, 남중국호랑이 등 6개에 불과하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호랑이 아종 중에서 체구가 가장 큰 것은 한반도에도 서식했던 시베리아호랑이(Siberian tiger)다. 시베리아는 현존하는 호랑이들의 서식지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있다.
그래서인지 시베리아호랑이의 체구는 가장 더운 곳에 살면서 체구도 가장 작은 수마트라호랑이(Sumatran tiger)에 비해 2~3배나 된다. 같은 종에 속해도 체구에서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잠을 자고 있는 시베리아호랑이, 2018년 7월 미국 미네소타동물원에서 촬영. |
추운 곳에 사는 동물들의 체구가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은 그런 동물일수록 체중에 대한 체표면적의 비율이 낮아져서 체온의 불필요한 외부 발산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운 지방의 동물들의 체구가 커진 것은 극한의 자연환경에서도 생존하기 위한 진화의 한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정온동물들이 추운 지역에서 생존하기 위해 일어난 이런 현상을 규명하고 정리한 이는 독일의 생물학자 베르크만(Bergmann)이다. 그래서 후대 학자들은 이러한 경향을 ‘베르크만의 법칙’(Bergmann's rule)이라고 명명하였다.
개와 함께 반려동물의 양대 축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도 베르크만의 법칙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추운 지역에서 사는 고양이의 덩치는 그렇지 않은 지역의 고양이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는 덩치가 클수록 추위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양이도 자신의 친척인 호랑이와 다를 것이 없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추운 지역의 고양이들은 덥수룩하고 빽빽한 털을 가지고 있어서 실제 크기보다 더 크게 보이는 측면도 있다.
덩치가 제법 큰 장모종 고양이, 2018년 4월 미국 미주리주에서 촬영 |
하지만 추운 지역의 고양이와는 달리 더운 지역의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진화하였다. 더운 곳의 고양이는 체구도 커지 않고, 체중도 많이 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다. 또한 더위에는 부적합한 장모(長毛) 대신 단모(短毛)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세계의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하였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