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동물학대 혐의로 구속되는 사례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껏 약식기소가 다반사였고, 정식 재판에 가더라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2일 재물손괴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A(39)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경의선 숲길에서 한 남성이 인근 수제맥주집 테라스 앞 화분에서 잠자고 있던 가게 고양이를 붙잡은 뒤 패대기쳐 결국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서는 세제로 추정되는 물질이 섞인 고양이 사료도 발견됐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수사에 착수, 주변 CCTV 500여대를 뒤진 끝에 사건 발생 5일 만인 18일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순순히 범행을 인정하면서 오래 전 고양이에게 할큄을 당한 적이 있었고, 고양이가 너무 많아 개체수 조절을 위해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가 섞인 고양이 사료는 죽임을 당한 고양이 자두 외에 캐캣맘들이 관리하는 급식소에 뿌려 다른 고양이들을 해할 의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살해당한 고양이 자두의 추모식이 개최됐다. |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4일 열릴 예정이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받아들일 경우 이는 동물보호법 처벌 역사에서 전에 없던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평가다.
1988년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지난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껏 동물을 학대해 구속된 사례는 찾기가 매우 어렵다.
사람에 대한 상해 등 다른 범죄와 동물학대도 저질러 실제 구속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동물학대가 주된 이유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번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은 사실상 동물학대가 주된 사유이기 때문에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재물손괴 혐의 역시 고양이가 가게 주인의 소유라는 점에서 적용된 것이다.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재판에서 과거처럼 집행유예를 선고받더라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지금껏 동물학대 혐의로 재판에 회부되더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고양이 주인 측은 "사건이 발생한 뒤 여전히 일상생활에 복귀하기 힘든 상황으로 일부는 불안과 우울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며 "허무하고도 고통스럽게 생명을 빼앗긴 자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1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 강력 처벌에는 23일 오후 2시 현재 5만명 가까운 이들이 지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