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포유동물들은 출생 후 일정한 기간 동안 자신을 낳아준 어미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게 된다. 헌신적인 어미의 품속에 있으면 영양가 풍부한 젖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천적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
하지만 어미의 보살핌 기간은 무한정 지속되지 않는다. 새끼가 어느 정도 성숙하면 어미는 자신의 품을 떠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어미는 다 큰 자식에게는 더 이상의 공짜 식사와 안전을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 여기서 독립은 새끼가 어미에게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먹을 것을 조달하고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끼의 입장에서는 매우 야속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자연이 정한 법칙이다. 이러한 대자연의 법칙에서 인간도 예외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다. 그 차이는 인간의 독립 시기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다소 늦다는 점에 불과하다.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이 대자연의 법칙에도 예외적인 존재들이 있다. 개와 고양이다. 두 동물은 대단히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동물이다.
두 동물 모두 생명을 가진 생명체이므로 그 근원은 자연이다. 하지만 삶의 터전은 자연이 아닌 인간의 품이다.
그래서 이 둘은 야생동물(wildlife, 野生動物)이 아닌 반려동물(companion animal, 伴侶動物)이라는 매우 특수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수학적 개념으로 개와 고양이는 자연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이 만나는 교집합( intersection, 交集合)이라 할 수 있다.
어린 길고양이는 좋은 집사에게 간택되어 집고양이가 되었다. 2019년 6월 촬영 |
개와 고양이도 동물이다. 따라서 그들의 새끼들도 성장하여 성체가 되게 된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다 자란 개와 고양이는 여전히 양부모(養父母)인 주인이라는 존재에게 모든 것을 기댄다. 이는 새끼가 어미에게 하는 행동과 대단히 유사하다. 주인은 자신이 키우는 개나 고양이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어미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 어미가 다른 동물의 어미와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은 보살핌의 기간이다. 동물 어미의 보살핌은 지극히 짧은 기간에 머물지만, 인간 어미는 개와 고양이를 평생 돌봐준다.
이런 헌신적인 어미는 동물의 역사에서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독특한 존재다. 그 어느 어미도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어미를 둔 개와 고양이는 그 보살핌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평생의 대부분을 소비한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맛있는 먹이와 신선한 물은 달라고 하지 않아도 주인이 알아서 챙겨주기 때문이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야생동물들은 천적으로부터 언제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공격당해서 목숨을 잃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 어미와 같이 사는 개와 고양이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주인과 같이 있는 한 맹금류나 맹수들의 공격은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간은 몸을 간질이는 파리나 모기 같은 귀찮은 곤충들도 신기한 방법을 동원하여 제거한다.
그러니 개와 고양이의 입장에서 성체가 되었다고 해서 정신적으로 성숙할 필요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생존과 안전은 평생 자신을 돌봐줄 주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