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얼마 전 한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이런 질문이 올라온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본인께서 반려하시는 강아지의 눈 사진인데, 흰자에 있는 빨간 벌레처럼 생긴 것이 혹시 안충이 아니냐는 내용이었죠.
https://cafe.naver.com/dogpalza/16038825 |
평범한 질문 같기도 하지만, 같은 게시판에 있는 수많은 게시글 중에 의외로 15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나름 화제의 게시물이 됐는데요. 눈 사이에 빨간 지렁이처럼 생긴 이 부분, 정말 안충이나 눈에 사는 기생충이었을까요?
간혹 반려동물의 눈과 눈꺼풀 사이 부분(결막낭)에 작은 지렁이같은 기생충, 그러니까 안충이 감염되는 질병이 하나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는 동양안충 감염(thelazia callipaeda)이라고 하는데요.
동양안충은 개, 고양이,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지만 사람 모두 감염될 수 있습니다. 초파리가 이 동양안충의 유충을 전염시키고 다닙니다. 초파리가 강아지나 고양이 눈 부분에 접촉하는 과정에서 유충이 눈에 옮겨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내 반려견들, 특히 산책을 자주 하거나 실외에서 사는 반려견 가운데 이런 안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동양안충은 몸이 약간 희고 투명하며, 눈 표면 위에서 움직일 수 있어서 보통은 결막낭 안쪽 깊은 곳에서 숨어 살곤 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의 경우 사람과 달리 3겹의 눈꺼풀 (제3안검)을 가지고 있고, 제3안검의 안쪽은 보통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에 안충이 감염되어도 발견하지 못하거나 그냥 막연한 안과 질환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감염이 심해지면 아래와 같은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비교적 덜 혐오스러운(?) 사진을 엄선했습니다. 출처 : Transmission of the eyeworm Thelazia callipaeda: Between fantasy and reality) |
보통 동양안충의 단순감염 자체가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그냥 방치하는 경우 각결막염 등의 안과질환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물리적인 제거를 포함해 동물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원래 게시글의 사진은, 절묘하게도 벌레처럼 보이지만 안충일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국내에서 종종 발견되는 동양안충은 투명하고 눈 표면에서 움직일 수 있는데, 사진의 지렁이 모양은 안구 표면의 모세혈관이 충혈된 것으로 보입니다. 나중에 비슷한 경우를 발견하셔도, 너무 놀라지 않아도 되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