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이사는 엄청난 스트레스
[노트펫] 고양이들은 자신의 활동 영역에 작은 변화라도 생기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주인 가족이 집을 아예 옮기는 이사라도 하면 심각한 수준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사는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고양이에게 큰 불안감을 줄 수도 있다.
이사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살고 있는 집의 짐을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 고양이가 사용하는 물건도 이삿짐 정리에서 당연히 제외가 될 수 없다. 그런데 고양이는 그 광경을 보면서 심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고양이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어서 이사를 왜 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고양이에게 아무리 학군의 중요성, 시세 차익 발생 가능성, 전세계약 기간 만료 등을 설명하여도 고양이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이사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과 영역을 버리는 행위다. 이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충격적인 일일 뿐이다. 사람의 눈이 아닌 고양이의 눈으로 이사를 분석하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일이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도 고양이는 심한 스트레스는 계속 된다. 고양이는 완전히 새로운 공간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고양이는 심적으로 많은 고생을 할 수 있다. 고양이의 행동이 평소와 달라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사를 하면 고양이의 행동이 평소와 같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울지 않던 고양이가 계속 울고, 얌전한 고양이가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서성거린다면 고양이가 불안해 한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고양이의 불안을 약간이라도 덜어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인의 작은 노력이 고양이에게는 심리적 안정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인은 고양이가 대단히 예민한 동물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에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현지에 있던 지인 가족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 분들 덕분에 비교적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약 한 달 후, 그 분들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되었다. 지인 가족들은 귀국에 앞서 우리 가족들에게 특별히 정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런데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 집의 고양이가 평소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전에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고양이 관련 물품들을 포장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가 자신의 달라진 주변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았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지인의 집에서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듣을 적이 없었지만 그날 저녁식사 시간 내내 고양이가 내는 서글픈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며칠 후 확인해보니 그 고양이는 귀국과 함께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애묘인(愛猫人)으로 소문난 그 가족들은 평소 고양이가 좋아하던 물건들을 비행기에 빠짐없이 싣고 갔기 때문이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비록 주거공간은 바뀌었지만 자신이 사용하던 물품들을 빠짐없이 찾은 셈이다.
지인의 고국 귀국 전날 석별 만찬은 고양이의 그치지 않는 울음 때문에 약간의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고양이가 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 동물인지는 새삼 확실히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