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인간과 같이 살기 이전의 고양이들은 야생에서 작지만 배타적인 영역을 가진 포식자였다. 고양이는 인간의 보호 아래서 생활하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아직도 야생의 본능을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독특한 동물이다.
그래서 외견상 공격성이 없어 보이는 집고양이라도 자신의 영역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오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고양이는 이러한 행위를 한 다른 고양이를 침입자로 간주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습성은 고양이라는 동물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고양이를 포함한 모든 고양잇과동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고양잇과동물들은 기본적으로 포식자들이어서 생존과 번식을 위해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배타적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고양잇과동물들이 자신의 영역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경계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이치라고 할 수 있다.
고양잇과동물 중에서도 유일하게 무리생활을 하는 사자도 영역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사자는 무리 동물답게 개인이 아닌 무리 차원에서 영역을 관리한다.
그래서 사자들은 다른 사자 무리의 공간에는 어지간해서는 들어가지 않는다. 자칫 다른 사자 무리의 영역에 발을 내딛기라도 한다면, 그 사자는 해당 무리의 영역을 침범한 침입자로 간주되어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게 야생의 냉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집에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상태에서 또 다른 고양이를 입양하여 집에 데리고 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영역 다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인은 각별한 주의를 기율여야 한다. 주인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고양이와 새로운 고양이가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람의 바람일 뿐이다.
고양이에게 이런 일의 발생은 대단히 심각한 일이 터진 것과 같은 일이다. 기존에 집에서 살고 있던 고양이는 새로운 고양이를 결코 자신의 친구나 동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역에 예고 없이 들어온 낯선 고양이는 침입자일 뿐이다. 그래서 기존의 고양이의 내면에 영역에 대한 강한 소유욕이 있거나, 침입자에 대한 경계심이 강할 경우에는 자칫 큰 규모의 물리적 충돌로도 이어질 수 있다.
만약 주인의 바람대로 자신이 키우고 있던 고양이와 새로운 고양이가 의외로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언제든지 그 화약고는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에는 잠시 활동을 멈추고 있는 휴화산(休火山)이라고 볼 수 있다. 백번 양보해도 고양이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양이의 등장은 자신의 영역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고양이가 공유(公有)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새로운 고양이를 기존의 고양이와 합사(合舍)시킬 때는 상당한 주의가 뒤따라야 한다. 갑자기 낯선 고양이를 불쑥 풀어 놓고 무작정 잘 지내라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당한 시간에 걸쳐 두 고양이를 서로 다른 공간에 일정 기간에 걸쳐 격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충분한 적응기간을 주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그렇게 하여도 두 고양이가 영역을 놓고 충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순화과정을 거치면 그 충돌 가능성이나 강도를 약하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