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어 "7.5m 원통형 수조, 벨루가 생태적 습성 유지할 수 있는 환경 아냐"
고래류 추가 수입 전면 금지·동물원수족관법 개정 통해 전시기준 강화 필요
벨루가.(사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제공) |
[애니멀라이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17일 벨루가(흰고래) 한 마리가 폐사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는 앞서 지난 2016년 4월에도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한 적 있다.
고래목에 속하는 벨루가는 최대 몸길이 4.5m, 무게 1.5t에 평균 수명은 30~35년이며, 주로 북극해와 베링해, 캐나다 북부해 등에 분포한다.
이번에 폐사한 벨루가는 열두 살 수컷으로, 2013년 5월 러시아에서 반입돼 강원도 강릉의 적응장에서 지낸 뒤 2014년 10월부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지내왔다.
앞서 지난 2016년 4월에 폐사한 벨루가는 체중 600kg 정도인 다섯 살 수컷이었으며, 이번에 폐사한 벨루가, 암컷 벨루가와 함께 2014년 10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으로 옮겨졌다. 당시 폐사 원인은 '폐혈증'이었다.
이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2016년 4월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더 이상 고래류를 추가 반입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벨루가의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외부 전문가와 함께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대표 이형주)는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 2016년에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당시 다섯 살이던 벨루가가 패혈증으로 폐사한 바 있다"면서 "벨루가는 무리 안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사는 습성이 있는 동물로 수온의 변화에 맞춰 이동하고 먹이를 찾으며 살아간다"면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7.5m 원통형 수조는 벨루가가 생태적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벨루가는 한 번에 수심 20m에서 최대 700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는 동물이다.
어웨어는 이어 "현재 해양수산부에 등록 운영 중인 수족관 23개소 중 7개소에서 벨루가나 돌고래를 전시하고 있다"며 "이 중에는 관람객이 돌고래 수조에 들어가서 만지는 체험시설이나 동물쇼 시설처럼 최소한의 복지 기준도 없이 운영되는 수족관들도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고래류는 사육 조건이 까다롭고 수족관 사육 시 동물복지가 저하되고 폐사율이 높은 대표적인 동물로 해외에서는 수족관 사육이 감소하는 추세다.
또한 해외에서는 법으로 서식 환경과 관리 기준을 상세하게 규정해 특별히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속한 한국수족관발전협회는 지난 1월 15일 국회에서 개최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동물 탈출, 유사동물원 난립 등이 동물원 문제이기 때문에 동물원수족관법 허가제 도입으로 수족관이 동물원과 함께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국가의 안정적인 지원 법안 마련을 동물복지 향상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어웨어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벨루가 세 마리 중 두 마리가 죽어나가는데도 여전히 동물원수족관법 강화가 '과잉 규제'인지 묻고 싶다"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남은 벨루가에 대해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보다 서식환경과 유사한 환경으로 이송하는 방법에 대해 즉각 시민사회 단체들과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정부는 고래류 추가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으로 허가제 및 검사관제 도입을 통해 고래류 전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