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1인당 축산물 소비량은 그 나라의 국민소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대체로 육류 소비량이 증가한다. 인류가 초식동물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절대 빈곤을 벗어난 인류가 가장 원한 것은 식생활의 질적인 개선이다. 인류가 그동안 보였던 공통적인 행태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경제발전과 함께 한국의 축산물 소비량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인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7㎏(50%), 닭고기는 14.2㎏(26.4%), 쇠고기는 12.7㎏(23.6%)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1970년대에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가 정식 명칭이었다) 6년을 보냈다.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 닭고기 이외의 육류는 거의 먹어본 기억이 없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생일, 잔치, 제삿날이 되어야 맛볼 수 있는 귀한 진미(珍味)였고, 별미(別味)였다. 그리고 그것도 맛만 겨우 볼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였다. 그런 것을 고려하면 지금 우리 한국인의 육류 섭취량은 경이로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최고의 진미는 퇴근길에 아버지가 사주신 통닭이었다. 당시통닭은 지금처럼 절단육(切斷肉) 상태가 아닌 사진과 같은 온전한 모양이었다. 2016년 세종시에서 촬영 |
그렇다고 과거 한국인들이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삼면(三面)이 바다다. 그래서 예로부터 생선을 통해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었다. 생선은 당시 가난한 한국인의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었고 영양의 균형을 맞춰주었다.
생선은 쉽게 선도가 떨어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래서 염장이나 냉동을 통해 생선의 유통기간을 늘렸다. 유통기한을 늘리면서 풍미도 끌어올리는 선조들이 전해준 방법이 있다. 선선한 바람에 생선을 말리면 맛과 식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여기에는 예상치 못한 위협적인 존재가 있었다. 호시탐탐 생선을 노리는 고양이다. 당시에도 물론 길고양이는 있었다. 하지만 길고양이만 생선을 노리지는 않았다. 집고양이들도 반건조 생선들을 노렸기 때문이다. 1970년대만 해도 고양이 주인들은 자신의 고양이를 밖에 풀어 놓고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집고양이든, 길고양이든 생선을 노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인천의 한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말리는 모습. 이렇게 생선을 말리면 식감이 쫄깃해지고, 풍미도 향상된다. 2013년 촬영 |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인들의 식습관과 소비행태에도 변화가 생겼다. 마트에 가면 얼마든지, 언제든지 신선한 생선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생선을 말려 먹는 사람이 매우 드물게 되었다. 또한 집고양이를 밖에 풀어 놓고 키우는 반려동물 문화도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니 지금까지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야기도 역사 속에 흘러간 것이다.
몇 년 전 인천의 한 재래시장을 찾았다. 바로 그곳에서 어린 시절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광경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 생선을 사서 집에서 요리해서 먹었다. 많은 것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참고로 한국은 세계 1인당 수산물 소비량 1위 국가다. 2013~15년 평균 1인당 소비량은 58.4㎏으로 2위 노르웨이, 3위 일본에 앞서고 있다.
얼마 전 방한한 노르웨이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인천 소래포구를 찾은 자리에서 "수산물 소비 1위 한국을 배우자"고 한 말은 빈 말이 아니다. 예나지금이나 한국인의 생선 사랑은 여전한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