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올해의 수능, 2020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왔습니다.
수능을 준비하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수험생과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은 무척 긴장되는 기간이지만, 장난기 가득한 네티즌들은 이맘때쯤 되면 '수능금지곡', 그러니까 한 번 들으면 계속 머리에 맴돌며 다른 일을 못 하게 만드는 음악들을 인터넷에 올리곤 하는데요.
흔히 언급되는 수능금지곡으로 샤이니의 '링딩동', 오로나민C 광고 음악 등이 있지만, 원래 제목보다도 '암욜맨'으로 더 널리 알려진 SS501의 '아임유어맨(I'm your man)' 이 유명합니다.
중독성이 얼마나 심하면 암욜맨을 소재로 한 인터넷 밈이나 만화가 따라닥닥... 아니 따로 있을 정도죠.
반려동물들에게도 그런 음악이 있을까요? 수능금지곡과 의도는 조금 다르지만, 반려견의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여러 장르의 음악을 사용해 행동의 변화나 스트레스 호르몬의 변화를 측정하려고 한 문헌들이 종종 발표되곤 합니다.
이쪽에서(?) 가장 잘 알려진 논문이라면, 아마도 2012년에 동물행동학회지에 발표된 '청각 자극이 개들에 미치는 행동 효과(Behavioral effects of auditory stimulation on kenneled dogs)'이라는 문헌이 아닐까 합니다.
이 실험에서는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들에게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려줬고, 수면시간과 짖는(소리내는) 시간, 몸을 터는 행동의 빈도 등을 측정했죠.
결과는 음악을 들려주지 않은 경우나 헤비 메탈 등 다른 장르의 음악보다도 클래식 음악을 들려줬을 때 수면시간과 짖는(소리내는) 행동이 줄어들었고, 이후로 '강아지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는 내용으로 보호자들 사이에 알려지게 됩니다.
이후의 연구결과에서도 강아지들이 클래식 마니아인 것으로 밝혀졌을까요? 확실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음악 장르에 따른 개의 스트레스 차이(The effect of different genres of music on the stress levels of kennelled dogs]' 등 반려견이 안정을 느낄 만한 음악(소리 자극)을 찾아내기 위한 최근의 연구들에서는 기존 내용과 반대로 소프트 락과 레게 음악을 들었을 때 좀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심지어 어떤 연구자들은 이런 상반된 연구결과를 두고, "반려동물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인간의 기준인 장르로 구분되는 게 아니라 종별로 선호하는 특수한 종류의 음악이 따로 있는게 아닐까" 하는 가설에 입각해 인위적으로 만든 음악들을 고양이에게 들려주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죠.
언젠가 모든 반려견들을 사로잡아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는 음악을 인간이 찾아내는 날이 올까요? 개인적으로는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보호소 뿐만 아니라 동물병원에도 꼭 필요한 컨텐츠가 될 테니까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