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가게에는 8개의 펫사료 브랜드가 진열돼 있다. 펫사료가 손님들 손에 들고나는 것을 보면 얘네들도 참 사연이 많은 애들이다.
예전에 가장 잘 나갔고, 지금도 가장 잘 나가는 사료는 외국계 사료들이다. 아직까지 국산 사료가 외국계 사료들의 틈을 비집고 나오기에는 찾는 손님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좌절금지다. 사료들이라고 항상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은 아니니.
2000년 초반 E사료가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서울 경기권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E사료는 다소 엉뚱한 문제로 소비자들의 눈밖에서 멀어진다. E사료의 본사에서는 한국 수입사로 두 곳을 운영했다. 서울·경기를 주로 하는 중부권과 부산·경남 등 남부권을 담당하는 곳 이렇게 말이다. E사료가 인기를 끌긴 했지만 그것은 주로 서울과 경기지역이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는 갖다 놓기만 하면 팔려 나갔다.
그런데 부산 등 남부권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결국 판매 부진을 견디다 못한 남부권 수입사는 덤핑에 나섰다. 이를 눈치 챈 업주들이 덤핑 물량을 화물차로 서울과 경기로 가지고 왔다. 당연했다. 싼값에 제품을 확보할 수 있었으니 남는 장사였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중부와 남부권이 서로 타협을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계속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서 유통망 자체가 붕괴돼 버렸다. E사료는 여전히 들어오고는 있지만 중소 사료로 전락했다.
P사료는 치명적인 제품 문제로 밀려난 경우다. 바로 멜라민 파동이다. 멜라민이 파동이 나면서 펫사료 자체에 불신이 생겼다. 여러 사료업체가 타격을 받았지만 P사료는 멜라민 사료의 대명사로 받아 들여지면서 아직도 국내에 발길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제품의 인기에 도취됐다가 쓴 맛을 본 경우도 있다. 지금 시장의 강자는 R사료다. R사료 이전 1위는 S사료였다. 처방식 시대의 등장과 함께 고가 사료 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했다. 본사에서는 대리점 체제를 직영체제로 바꿨다. 유통업자 사이에서 '누가 만든 시장인데..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S사료의 콧대가 너무 셌다. S사료의 '팔려면 팔고 말라면 말라'식의 영업태도는 곧 동물병원과 애견숍 주인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다. 우리나라의 펫사료 시장은 보호자의 선택도 선택이지만 판매자가 여전히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런 시장 상황을 무시한 영업방식은 결국 '취급 안해'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R사료는 S사료의 그런 영업방식을 반면교사로 참아, 밀착형 영업을 펼친 끝에 S사료의 자리를 꿰찼다. R사료의 지위는 항상 유지될 수 있을까. R사료는 올초 대리점 체제를 직영체제로 바꿨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혼란이 있었다. R사료는 동물병원 측에 혼란에 사과 드린다는 사과문을 써야했다.
그런가 하면 동물병원과 애견숍의 매대에서 비중있는 자리를 차지했던 사료 하나는 온라인 판매 전략을 밀어 부치다 지금은 오프라인 시장에서 고전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온라인 시장에 자사 제품이 풀리자 부랴부랴 단속에 나서 명성을 유지한 곳도 있다.
요새 들어 R사료에 밀려 났던 S사료가 정열을 재정비하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또 F사료가 판매점에 당근을 제시하면서 시장을 파고 들고 있기도 하다. 펫사료 시장도 다른 상품 시장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우리동네 애견숍 24시'는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에서 12년째 하안애견을 운영하고 있는 전광식 사장님의 경험을 담아낸 코너 입니다. 전 사장님은 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일지라도 마음만은 천사표인 우리의 친근한 이웃입니다. 전광식 사장님과 함께 애견숍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