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학교 찍고 학원 갔다 집에 왔더니, 꼬리를 흔들고 껑충껑충 뛰면서 미친 듯이 반겨주는 강아지. 회사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왔더니 강아지처럼 격하지는 않더라도 따뜻한 눈빛을 쏴주는 고양이.
키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뿌듯한 순간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항상 좋을 수만은 없어서 어떨 땐 힘들 때도 있기 마련입니다.
옆집에 사는 집사님들은 어떤 점 때문에 힘들어 할까요?
서울시가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만 19세에서 69세 이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기획조사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서울서베이 조사 결과 때 서울시민의 20%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고, 강아지는 84.9%, 고양이는 12.2%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고양이 집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선 반려동물을 왜 키우게 됐을까요?
전체적으로는 '동물을 좋아해서'가 62%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는 가족 구성원이 원해서라고 답한 이들이 44.9%였고, 또 다른 즐거움을 위해서와 또 하나의 가족을 원해서라는 답변이 각각 28.9%와 18.5%로 나타났습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키우게 됐다는 답변도 13.7%에 달했습니다.
나이대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49세 이하. 즉 10대에서 40대까지는 동물을 좋아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습니다. 50대와 60대는 가족 구성원이 원해서라는 답변이 더 높습니다.
40대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원해서라고 답한 이들이 가족구성원이 원해서라고 답한 이들과 막상막하인 점도 눈에 띕니다. 세대주가 40대인 경우 가족들이 각자 너무나 바쁜 가운데 24시간 집에 있는 반려동물이 가족 모두에게 소중한 존재로 자리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 봅니다.
20대에서는 또 하나의 가족을 원해서가 또 다른 즐거움을 원해서보다 더 높습니다. 1인가구가 많은 연령층에서 자신의 지지자로 반려동물을 맞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울 때 어려운 점으로는 '혼자 두고 외출이 어렵다'가 55.1%로 가장 높았습니다. '배설물, 털 등의 관리가 어렵다'가 54.6%로 뒤를 바짝 쫓았습니다. 양육 및 관리 비용 문제를 언급한 이들도 31.4%로 무시 못 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남성 응답자는 '배설물, 털 등의 관리' > '혼자 두고 외출이 어렵다' > '위생상의 문제' > '양육 및 관리 비용 문제'순으로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비해 여성 응답자는 '혼자 두고 외출이 어렵다' > '배설물, 털 등의 관리' > '양육 및 관리 비용 문제' 순으로 애로점을 꼽았습니다.
나이대별로도 차이가 있습니다. 20대는 외출이 어렵다가 55.8%로 가장 높았고, 배설물, 털 등의 관리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43.5%였습니다. 다음 세대에서 보면 알겠지만 배설물, 털 등을 관리하는 것에는 20대가 가장 씩씩한 모습을 보입니다.
30대는 ‘외출이 어렵다'와 '배설물, 털 등의 관리'가 각각 53.1%와 54.4%로 큰 차이는 없지만 오히려 역전됩니다. 2세가 태어나면서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40대 가정에서는 '외출이 어렵다'가 60.1%로 가장 힘들고, '배설물, 털 등의 관리'는 57.4%로 그 다음을 차지합니다. 가족 모두가 바쁜 40대가 역으로 반려동물에게 가장 미안해하는 세대인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50대와 60대에서는 '배설물, 털 등의 관리'가 '외출이 어렵다'보다 더 힘든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장성해서 제 앞가림을 하는데 강아지나 고양이는 1살 때나 10살 때나 배변 뒤처리를 하고, 빗기고 씻기는 것은 다를 바가 없는 점이 때로는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에 따라서도 힘든 점은 차이가 납니다. 강아지는 '외출이 어렵다' > '배설물 등의 관리' > '양육 및 관리 비용 문제' 순이지만 고양이는 '배설물, 털 등의 관리' > '외출이 어렵다' > '양육 및 관리 비용 문제'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분리불안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집안에 혼자 두더라도 강아지보다 덜 외로움을 타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누구를 위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가?"라는 질문에 본인(39.5%) > 자녀(25.4%) > 기타(19.8%) > 부모(10.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누가 주도적으로 반려동물을 관리하느냐?"고 물어보니 본인(41.2%) > 기타(22.8%) > 부모(20.1%) > 배우자(9.5%) 순으로 답했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면 엄마나 아내의 일이 된다는 푸념이 나올 만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