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자에 징역 6개월 선고..법정구속
1991년 동물보호법 제정 뒤 이례적 실형 선고
[노트펫] 30년 가까운 우리 동물보호법 역사에 획을 긋는 판결이 나왔다. 동물학대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생명존중 의식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형사7단독 유창훈 판사는 21일 동물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정모(39) 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정모 씨는 지난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 가게에서 기르던 고양이 자두를 붙잡아 바닥에 수차례 내팽개치는 등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아왔다.
정모 씨가 자두를 죽이는 모습이 일반에 공개되면서 처벌 목소리가 커졌고,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정모 씨가 다른 고양이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세제를 섞은 사료를 소지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졌다.
기각되기는 했지만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검찰은 지난 5일 열린 2차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동물보호법이 정한 최고 형량 2년에서 6개월 모자란다.
그럼에도 정모 씨에 대해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 치러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1991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했다. 나라 밖의 시선을 의식하고 만든 동물보호법은 그동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1908명이 입건됐고 그 가운데 3명이 구속기소됐지만 실제 법원 판결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특히 정모 씨처럼 업자가 아닌 일반인의 경우 더욱 그랬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다.
실형을 선고받았더라도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관련 건은 다른 범죄에 부수된 것으로 주된 판결 요인이 아니었다. 이에 법조인들의 법감정이 높아진 동물학대 처벌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난이 거셌다.
실형 선고를 내린 유창훈 판사는 정모 씨의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생명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행위로 사회적 공분을 초래한 점 등을 들면서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길고양이인 줄 알고 그랬다는 정모 씨의 주장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주인이 있는 고양이 학대 부분을 판단했다.
피해자 측은 "실형이 선고되기는 했지만 이것도 작다고 본다"며 다만 "정모 씨의 항소 여부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을 지켜본 이들도 실형 선고에 의의를 뒀다.
이번 판결에 따라 우리사회는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 만으로도 실형을 사는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