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견과 고양이에 대한 단상
[노트펫] 개는 인류와 같이 생활하면서 크기가 다양하게 변했다. 체중 1kg 치와와(Chihuahua)에서부터 70~80kg의 그레이트 데인(Great Dane) 같은 초대형견까지 폭넓게 분화했기 때문이다.
체중만 놓고 보면 개는 도무지 같은 종(種)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혈통과 관계없이 개를 체중에 따라서 대형견, 중형견, 소형견으로 나누기도 한다. 대형견 중에는 마스티프 계열에 속하는 것들이 많은데, 세인트 버나드, 피레네 마운틴 도그, 도사견 같은 개들은 야생의 친척인 늑대보다도 더 큰 편이다.
개들의 체구가 다양하게 된 것은 인류가 지난 수천 년 동안 필요에 따라 선택적 교배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는 체중으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사용 목적에 따라서도 구분된다.
인류가 개를 키우게 된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집을 지키고, 사냥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집을 지키는 쪽으로 특화되면 번견(番犬)이 되었고, 사냥에 특화되면 사냥개가 되었다. 이런 개 구분법이 개라는 동물에 대한 최초의 분류 방법이었을 것이다.
사냥개도 다양하게 세분할 수 있다. 사슴, 멧돼지 같은 발굽동물들을 잡는데 사용되면 수렵견, 새 사냥에 사용되면 조렵견이 된다. 감각기관으로 사냥개를 구분할 수도 있다.
블러드 하운드 같이 냄새로 사냥감의 흔적을 찾는 사냥개는 후각형 사냥개, 그레이하운드 같이 빠른 발로 사냥감을 추격하면 시각형 사냥개가 된다.
개를 분류하다 보면 인간의 위대함을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인류는 개가 가진 사냥꾼의 본능을 역이용하여 양이나 소 같은 가축들을 보호하는 일에 특화된 개들을 만들어내었기 때문이다. 이런 개들은 야생의 친척인 늑대 같은 포식자들로부터 가축들을 지키는 일을 한다. 콜리 같은 목양견으로 불리는 개들이다.
양을 치는 보더 콜리, 2013년 서울대공원에서 촬영 |
최근에는 특수목적견이라는 개들도 활약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공항이나 항만에서 폭발물이나 마약을 탐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안내견으로 활동한다. 지난 수만 년 동안 인류와 같이 살고 있는 개라는 동물의 실용성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안내견들은 개의 출입이 금지된 곳에도 출입이 가능하다. 2017년 9월 미주리주 |
그런데 고양이는 이런 실용적 목적의 분류와는 거리가 있다. 원래 인류와 고양이와의 동거도 개처럼 고양이가 가진 실용성 때문이었다. 고양이는 농경을 통해 쌓아둔 소중한 잉여곡식을 노리는 쥐를 잡는 용도로 키웠던 매우 실용적인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류는 고양이에게 구서(驅鼠) 작업 이상의 실용성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인류가 개를 대형화 시킨 것은 나름대로 목적이 있다. 이런 개들 상당수는 말처럼 수레를 끄는 역할을 하는 사역견(使役犬)들이다. 일하는 개다. 플란다스의 개의 실제 견종인 부비에 데 플랑드르(Bouvier des Flandres)가 대표적인 예이다.
인류가 고양이를 대형견처럼 대형화하는데 성공하여 체중 80kg의 대형묘(大型猫)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인류는 그 대형묘를 통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체중의 고양이는 표범도 퓨마도 능히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육식인 고양이의 사료 값을 감당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인류가 대형묘를 만들지 않은 것은 잘 한 일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