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오지와 집사의 이웃인 니콜라 레스비렐. |
[노트펫] 고양이 한 마리의 소유권을 두고 집사와 이웃이 신경전 끝에 소송까지 벌였다.
부부가 자신의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목줄을 달아준 이웃에게 소송을 제기한 끝에, 고양이를 돌보지 않겠다는 합의를 받아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수도 런던에 사는 재키 홀(56세)과 존 홀 부부는 흑백색 메인 쿤 고양이 ‘오지’가 집을 나간 후 오랜 기간 사라지자 속상하고 괴로웠다. 동갑내기 부부는 오지에게 GPS(위성항법시스템) 추적기를 달아서, 오지가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지는 동네를 돌아다닌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웨스트런던 가(街) 끝에 사는 정원사 니콜라 레스비렐(57세)의 집이었다. 그녀는 지난 2004년 첼시 플라워 쇼에서 금메달을 딴 우승자다.
홀 부부와 레스비렐은 법정 소송 끝에 합의했다. 레스비렐은 변호사 비용으로 2만파운드(약 3032만원)를 쓰고, 가진 돈이 바닥 난 끝에, 그녀는 오지를 돌보지 말라는 법원 명령에 따르기로 했다.
고양이 소유권 전쟁의 전말은 이랬다.
홀 부부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오지의 목줄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오지는 새 목줄을 하고 나타났는데, 그 목줄에 “내 집”이라 단어와 함께 레스비렐의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그래서 부부는 그 목줄을 떼어내고, 다시 목줄을 달아줬다.
그리고 그해 10~12월 사이에 목줄 교체 신경전이 벌어졌다. 오지는 홀 부부의 집에 8번이나 레스비렐의 목줄을 차고 나타났다.
결국 홀 부부의 아들이 레스비렐의 집에 찾아가서 오지의 문제를 따져 묻자, 레스비렐은 오지가 “기뻐하는 데로 갈 자유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 뒤부터 편지, 문자, 전자우편 등이 오가면서 두 집 사이에 고양이 소유권 논쟁이 벌어졌다.
레스비렐은 텔레그래프에 “고양이 오지는 내 정원을 그의 영역으로 주장하길 원했고, 스스로 굳은 결심을 한 것”이라며 “또 오지는 나도 (집사로) 매우 강하게 요구하려고 했지만, 나는 2년간 견뎠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오지가 홀의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돌아가지 않을 것이 매우 명백해졌고, 결과적으로 나는 어쩔 수 없다고 느꼈다”며 “오지의 의료적 필요를 보고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밥을 주기 시작했다”고 항변했다.
다만 그녀는 “나는 결코 오지가 내 고양이라고 주장한 적은 없다”며 “나는 항상 홀 부부가 법적 주인이라고 인정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심리상담사인 홀 부부는 레스비렐이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오지를 “그루밍(grooming)”해서, 오지를 뺏으려고 시도했다고 반박했다. 즉 레스비렐이 오지에게 밥을 주면서 그녀에게 오도록 길들인 후, 계속 그녀의 집에서 지내도록 의도적으로 길들인 것이란 주장이다.
홀 부부는 레스비렐에게 “오지는 당신의 고양이가 아니고, 우리는 당신에게 오지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레스비렐은 오지의 자유의지를 강조했고,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됐다.
고양이 보호단체 ‘캣츠 프로텍션 리그’는 “법원이 누군가에게 이웃의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사건을 우리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