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길고양이의 삶은 힘들다. 나날이 생활이 편해지고 안락해지는 집고양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들은 자신의 먹이는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남이 버린 음식을 먹든, 닭둘기라고 불리는 비둘기를 사냥하든, 직접 조달해야 한다. 집고양이처럼 집사(執事)가 밥을 챙겨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호사이다. 또한 길고양이는 자신과 새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보금자리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그들에게는 집사는 커녕 이웃의 정을 나눌 사이좋은 친구도 없다.
길고양이들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현대에 접어들면서 마음씨 좋은 캣맘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자비를 들여 신선한 물과 간식까지 정성껏 챙겨주고 있다. 이렇게 길고양이들에 대한 약간의 처우 개선은 이루어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극히 예외적이며 제한적인 현상일 뿐이다. 마치 언 발에 오줌을 누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에 대해 우호적이지도, 동정적이지도 않다. 길고양이들에 대해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 어렵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아직도 적지 않은 길고양이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들에 의해 학대를 당하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학대를 받은 길고양이들은 과거 사람들에게 그 어떤 해악도 입힌 적이 없다. 길고양이들은 일부 성질 사나운 개들처럼 사람을 물거나 으르렁거리지도 않는다.
길고양이들은 사람들을 경계하여 근처에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미워하고 학대하는 것은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길고양이 입장에는 평가해보면 사람들이 자신들을 상대로 아무런 감정이입을 하지 않기를 바랄 것 같다. 그저 가치중립적으로만 대해주기만 해도 고마울 것이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동물로 취급해주는 것을 바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고양이는 집이 주는 온기를 그리워한 것 같다. 2018년 2월 미주리주에서 촬영 |
길고양이들의 위치는 독특하다. 그들의 한 발은 여전히 그들의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 세계에 딛고 있지만 다른 한 발은 야생에 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이런 동물이 있을까싶다.
길고양이들은 집고양이와는 생물학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같은 동물이기 때문이다. 어제까지 집고양이였던 고양이도 가출을 하여 집 밖으로 나오면 길고양이가 되는 법이다.
그런데 행동 면에서는 집고양이와 길고양이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집고양이는 사람에게 거의 모든 것을 의존하지만 길고양이는 결코 사람들에게 의존적이지 않다. 오히려 집고양이들이 따르고 좋아하는 사람들에 상당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길고양이는 완전한 야생동물은 아닌 반(半)야생동물이다. 그래서 길고양이들은 자신만의 배타적인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먹이 활동은 물론 번식 활동까지 한다. 길고양이의 가장 큰 적은 다른 길고양이들이다. 호시탐탐 자신의 영역을 빼앗으려하기 때문이다.
영역을 빼앗긴 길고양이의 삶은 비참하다. 빠른 시간 내에 자신만의 영역을 차지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생존도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빈 공간은 없다. 이미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지만 한다. 참 고달픈 삶이다.
이렇게 길고양이의 삶은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지배한다. 힘이 없는 존재의 땅은 가차 없이 힘센 자의 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길고양이들의 생활은 먼 친척인 호랑이나 표범과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