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고양이는 정말 알기 힘든 동물입니다.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죠.
화장실을 준비해줘도 왜 여기저기에 오줌을 싸고 다니는지, 남들 다 좋아하는 츄르를 왜 우리 고양이만 안 먹는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의문들이 쌓여 있고, 쌓여 가고 있습니다.
일상 속의 고양이에 대한 의문들 중 어떤 것들은 너무 사소한 문제라 학술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서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연구가 이뤄졌는데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경우도 있죠.
예를 들면, 한 집에서 여러 마리 고양이를 기르는 게 고양이에게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가 그렇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고양이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영역동물입니다. 자신의 영역을 다른 고양이와 공유하거나 주변 환경이 변화하는 것을 보통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고양이가 외로워보여서 둘째 입양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보호자와 달리, 보통 고양이 전문가들은 다묘가정을 이루기 위해 보호자와 원래 고양이가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다른 고양이를 데려오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새로운 고양이와 원래 고양이의 기질이 잘 맞지 않거나 합사 과정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 원래 고양이는 합사 자체를 스트레스로 느끼게 되고, 고양이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묘가정에서는 고양이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문제를 겪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한 마리의 반려묘를 키우는 환경과 여러 마리의 반려묘 사이에서 고양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조사해보면 어떨까요? 고양이의 독립성때문에 다묘 환경의 고양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날까요?
영국의 한 연구진이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1910년부터 2012년까지 다묘 환경(Multi-cat housing)과 관련된 959개의 연구논문을 전수 검토하고, 가장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연구된 6개 논문을 리뷰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혼자 있는 환경과 다묘 환경의 고양이들 사이에 평가된 스트레스 수준이 대부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죠.
물론 검토된 논문 가운데는 다묘 환경의 고양이들이 명백히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결과를 나타낸 경우들도 있고, 대부분은 가정집이 아닌 동물보호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 연구결과이기 때문에 '다묘 가정에서' 고양이가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완전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특히 다른 개체에 대한 사회성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고양이의 경우 가능한 혼자 지낼 수 있도록 하고, 합사를 해야 할 경우 두 개체 모두 사회성이 있는 경우 함께 지내도록 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만일 둘째를 들일 계획을 갖고 있고,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사회성을 갖고 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급작스럽게 입양하는 경우라면 성향 파악에 시간을 쏟으셔야 합니다. 현재 함께 지내는 고양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면 분리생활도 생각해보셔야 할테이고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