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자신의 키를 훌쩍 뛰어 넘는 높은 벽을 만났을 때 우리는 종종 지레 겁을 먹거나 쉽게 포기하곤 한다.
여기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다란 펜스를 넘어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뽀시래기 냥이가 있다.
몇 번이고 떨어져도 다시 펜스 위를 오르는 아깽이 '만두'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마구 샘솟는다. 물론 포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말이다.
"안뇽하떼여. 만두예여! 저는 포기를 모르는 냥이져!" |
만두가 집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집사 민주 씨는 첫째 고양이 '가을이'와 공간 분리를 해주기 위해 펜스를 설치했다.
꼬꼬마 만두에게 펜스는 꽤나 높았기 때문에 탈출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다는데.
떡잎부터 의지가 남달랐던 만두는 앙증맞은 솜방망이로 펜스를 야무지게 잡고 열심히 올랐다고 한다.
아직 아가라 힘도 없고 균형을 잘 잡지 못해 펜스에서 몇 번이고 떨어졌지만 만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고.
[민주 씨 : 지금도 그렇지만 만두는 떡잎부터 포기를 모르는 고양이었어요.]
영상 속 뽀시래기 냥이 만두는 어느새 훌쩍 자라 올해로 5살이 됐단다.
"지금은 아주 여유 넘치는 으른냥이가 됐다냥!" |
여전히 한 번 꽂힌 것은 포기하는 일 없이 집착을 한다고. 최근에는 정수기를 지키는 것에 꽂혀 지킴이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단다.
"정수기 지킴이의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도 지킨다옹.." |
만두의 특기는 문열기란다. 현관, 베란다, 방, 옷장 등 못 여는 문이 없다고.
손을 정말 잘 써서 서랍을 열어 간식을 꺼내 먹기도 하고 민주 씨가 화장실에서 씻고 있으면 문을 열고 들어와 지켜주는 든든한 냥이란다.
겉으로 봤을 땐 구김없이 마냥 해맑은 냥이 같지만 사실 만두는 심한 허피스를 앓는 바람에 새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걸 본 민주 씨가 계속 눈에 밟혀 만두를 둘째로 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민주 씨 : 가을이가 4년 간 외동으로 지내서 만두를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어요.]
"우리 가을이형. 아주 카리스마 넘치고 멋진 냥이지.." |
가을이는 민주 씨의 걱정과 달리 동생인 만두를 자기 자식처럼 아끼고 예뻐줬다고 한다.
너무 예뻐한 나머지 가을이가 민주 씨를 공격한 적도 있었는데, 그 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민주 씨는 설명했다.
"형만 있다면 난 두려울 게 없다옹~" |
[민주 씨 : 만두 꼬리에 박스테이프가 붙는 바람에 제가 쫓아다니면서 떼어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걸 보던 가을이가 갑자기 저를 물었어요.]
알고 보니 만두를 도와주려는 민주 씨의 행동을 공격하는 것으로 오해한 가을이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집사를 공격했던 것이다.
아프기도 엄청 아팠지만 당시 민주 씨는 부모님께서 가을이를 싫어하실까봐 그게 더 걱정이 됐다고 한다.
[민주 씨 :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었는데 조금 지나 생각해보니 가을이가 만두를 정말 많이 아꼈구나 싶더라고요.]
"여전히 우리는 사이가 좋다냥!" |
만두의 든든한 형 노릇을 하고 있는 가을이는 사실 전 주인에게 버림받고 힘든 시간을 보낸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단다.
그럼에도 지금껏 밑으로 줄줄이 있는 동생들을 잘 케어해주고 군기반장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형님 포스 제대로 뿜뿜하는 가을이. |
덕분에 길냥이 엄마에게서 태어나 사람들에게 학대받다 구조된 홍일점 '자두',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을 통해 수유임보를 했던 막둥이 '토리'까지 집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단다.
학대받은 기억 때문인지 다른 아이들보다 겁이 많고 소심했던 자두는 시간이 지나 말 많은 수다쟁이가 됐고,
양수도 닦이지 않은 채 집에 온 145g 아가 토리는 쑥쑥 자라 8kg의 대왕 고양이가 됐다.
(좌) 셋째 자두 / (우) 막냉이 토리 |
[민주 씨 : 가을이가 오기 전까지 고양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던 저인데. 이렇게 아이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새삼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었어요.]
7년 째 집사 생활을 하며 네 마리의 고양이들을 보듬고 있지만 여전히 자신이 부족한 것 같다는 민주 씨.
"각자 다른 곳에서 왔지만 우리는 우애좋은 남매다냥~" |
냥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민주 씨는 "많이 부족한 저를 묵묵히 기다려준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워요"라며 자신에게 있어서 냥이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라고 했다.
민주 씨는 "가을이, 만두, 자두, 토리야. 우리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고 늘 잘 먹고, 잘 싸고, 잘 뛰고 그렇게 지내자"며 "언젠가는 우리가 헤어지는 날도 오겠지만 그때까지 내가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줄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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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많이 부족한 나의 가족이 되어줘서 너무 고맙고 많이 사랑해"라며 "다만 내가 바보라서 아파도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 아프면 아프다고 꼭 말해줬으면 좋겠어"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