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지난 칼럼에서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을 충분히 희석해 살균소독제로 활용할 수 있지만, 반려동물의 몸에 직접 사용하거나 일상적으로 분무해 사용하는 것은 안전성이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고 언급드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모든 물체의 표면을 일일이 닦아내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청소나 관리의 편의상 뿌리는(스프레이) 형태로 사용되는 소독제의 수요가 높기 마련이지요.
그럼 락스를 제외하고 바이러스에 대해 소독 능력을 지니면서도 '뿌려도 되는' 성분이 따로 있을까요? 또,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사람용 살균 스프레이들은 어떤 성분으로 이뤄져 있을까요?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살균소독제들의 유효성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소독제들의 원재료명/유효성분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차아염소산(차아염소산나트륨, 미산성 차아염소산수 등)
1. 알코올(에탄올 혹은 이소프로판올 등)
1. 이산화염소
1. 구연산
1. 기타 알칼리 이온수, 정확한 명칭이 없는 '천연 성분' 등
여기서 차아염소산, 알코올, 이산화염소, 구연산 제제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기구, 용기, 포장을 살균 소독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로서 고시한 바 있는 성분들입니다. 소독제로서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끝났고, 효능도 거의 확실하다는 의미로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성분들이 포함된 제품을 아무곳에나 사용하거나 부주의하게 관리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의 생활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품들은 어떠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어떠한 용도로,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을 때 효과적이면서도 안전한지에 대해 국가기관의 검증을 받게 되는데요.
특히 손 소독제 등 신체에 직접 사용하는 외용소독제(의약외품)은 주요성분의 명칭, 효능과 효과, 사용기한 등을 상품에 표시/기재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표시사항에 따른 용도(농도) 기준과 사용방법을 잘 지킨다면, 실생활 속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상품 설명의 어디를 읽어보아도 주요성분/원재료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나, 의약외품이 아닌 다른 유형의 제품 (예를 들어 손 세정제 등 화장품)으로 신고하고 소독제인 것 처럼 판매하는 경우가 일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정말 소독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편 반려인 분들께서는 소독제 사용과 관련해 한층 더 주의하셔야 할 부분이 있는데요. 의약외품의 안전기준이란 어디까지나 사람이 기준으로, 반려동물은 사람에 비해 안전성에 대해 정확한 평가가 덜 이루어진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손 소독제에 흔히 포함되며 시중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성분인 클로록시레놀(Chloroxylenol)의 경우, 사람에게는 안전하지만 고양이에게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조사 역시 공식적으로 고양이 주변에서는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앞선 칼럼에서 '일정 농도 이하의 락스 희석액은 인체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나, 반려동물에게 직접 쓰는 것이 100% 안전하다고 아직 말할 수 없다'고 서술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흔히 사용되는 소독 성분인 차아염소산, 알코올, 이산화염소, 구연산 제제 모두 반려동물에게 오랫동안 직접 써도 확실히 안전하다고 보장된 경우는 아직 없습니다.
따라서 반려인분들께서 스프레이 형태의 살균제를 사용하시더라도, 1)용도와 성분을 고려해 적절한 방식으로 물건에만 사용하며 2)가능하면 환기가 잘 되는 환경에서 사용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