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인간은 자기 혼자 사는 동물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무리를 이루며 살면서 도움을 주기고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며 살아간다. 제 아무리 산간벽지에서 혼자 사는 '자연인'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이 만든 옷을 입고, 다른 사람이 재배한 쌀을 먹는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활 중심에 있는 존재를 사람들이 만든 무리를 사회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과 사회의 관계는 선택이 아니다. 사람은 출생과 동시에 특정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그리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습득하며 자연스럽게 사회 구성원이 갖추어야할 자격들을 취득한다.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영어나 수학 공부를 하는 것도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의 절친한 친구인 개도 사람과 같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의 조상이며 혈연적으로도 매우 가까운 친척인 늑대는 동물의 왕국에서 대표적인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이다. 개는 사람과 같이 살면서도 결코 조상들이 물려준 사회적 동물이라는 본능을 버리지 않았다.
개가 사람들과의 생활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는 것은 그것이 본능이기 때문이다. 개에게 사회생활은 후천적인 교육이나 훈련의 결과가 아니다. 이는 자신의 핏속에 흐르는 본능일 뿐이다. 본능에 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개가 주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과 무리를 이루며 생활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의 눈은 항상 주인에게 고정되기 마련이다. 2011년 인천에서 촬영 |
하지만 고양이는 다르다. 고양이는 사람이나 개와는 달리 사회를 이루고 사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선조들이나 야생의 친척들은 생후 몇 개월 정도만 어미, 형제들과 함께 무리를 이루며 산다. 그 짧은 기간이 지나면 고양이는 자신의 본능에 맞게 혼자서 살아간다. 고양이는 그렇게 외로운 동물이다.
그러므로 개와는 다른 고양이 만의 행동들을 이해해야 한다. 주인이 귀가해도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엄청 반가워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사람의 다리에 자신의 몸을 한 번 정도 문지르는 게 전부다. 온몸을 격하게 흔들고, 마치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열심히 돌아가는 풍차처럼 자신의 꼬리를 과할 정도로 흔드는 개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사실 그 정도의 환영도 고양이에게는 최선을 다한 애정 표현이다.
개는 작은 일이라도 사람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다. 가급적 자신이 힘으로 해결하려 한다. 두 동물의 그런 차이를 두고 ‘고양이는 솔직하지 않은 동물이다’라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 개에게는 그런 태도가 본능적인 행동이지만, 고양이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는 여전히 상당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양이는 이미 수천 년 동안 사람과 같이 지낸 동물이다. 그리고 당연히 고양이도 개와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길게 느껴지는 수천 년의 역사는 고양이라는 특정 종에게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수천 년이라는 시간은 고양이의 역사 수십만 년에서는 찰나의 순간일 수도 있다.
마치 개처럼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 2012년 여름 경기도에서 촬영 |
단독생활을 하는 고양이가 사회적 동물인 인간들의 사회에 개처럼 완벽하게 적응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는 조급하게 보챌 성격의 일이 아니다. 그래도 지난 수천 년 동안 고양이는 적어도 자신들의 선조보다는 월등히 많은 적응을 했다. 개와 비슷하게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들의 등장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수만 년 이후 고양이는 지금과는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