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집사의 등산용 모자를 발견한 고양이는 곧바로 후다닥 달려가 씌워달라고 고집을 부렸다. 평소에 제법 멋지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집사 쏭알 씨의 아버지는 최근 등산을 가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고양이 '다지'는 어디론가 후다닥 달려갔다.
"나 다지에게는 다 계획이 있다옹.." |
무엇을 하려고 그러나 봤더니 아버지가 챙겨둔 옷더미 속에서 등산용 모자를 찾고 있었다는데.
등산용 모자를 빼낸 다지는 갑자기 머리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저러다 말겠지 싶었지만 다지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했던지 다지는 가족들을 보면서 모자를 씌워달라는 듯 계속 울었단다.
설마 하는 마음에 쏭알 씨가 다지에게 모자를 씌워주자 다지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자랑을 했다는데.
등산용 모자를 쓰고 멋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
아무래도 평소 쏭알 씨의 아버지가 등산용 모자를 쓴 모습을 보며 자기도 쓰고 싶다고 생각을 했나 보다.
그렇게 모자를 득템한 다지는 마음에 쏙 들었는지 무려 8시간 동안 모자를 쓴 채 집안을 누볐다고 한다.
쏭알 씨는 "다지가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평소에는 천 같은 것을 씌워달라고 조르지 않아요"라며 "그런데 웬일인지 저 날은 계속 씌워달라고 조르더라고요. 너무 웃기고 신기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아부지의 패션 센스가 맘에 들었다옹!" |
쏭알 씨는 원래 '하지'라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첫 만남 당시 하지는 이미 다 자란 성묘였지만 한눈에 묘연을 느끼고 가족으로 들였다.
행복한 나날이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얄궂게도 하지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고 한 달간의 투병 끝에 결국 고양이별로 떠났다.
하지가 떠나고 쏭알 씨는 펫로스 증후군으로 식음을 전폐하고 집에만 있었다. 이런 쏭알 씨가 걱정됐던 친구는 억지로 밖으로 불러냈다고.
"그때 집사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옹.." |
승강기를 타고 약속 장소인 5층 카페로 가는 도중 2층에서 문이 열리고 괴로움이 느껴지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와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에 홀린 듯 승강기에서 내려 소리가 들린 곳으로 가보니 망한 펫숍에서 개인 구조자들이 강아지, 고양이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멍냥이들이 버려져 미리 알아둔 임시보호처로는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고, 대부분의 멍냥이들은 시보호소 공고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쏭알 씨의 눈에 들어온 아이가 바로 다지였다. 처음에는 그저 좋은 가족이 생길 때까지 임시보호를 할 생각이었다.
"앞으로 쭉 나랑 같이 살자옹!" |
하지만 집으로 데리고 와서 보니 다지는 평범한 고양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구조자에게 연락을 해보니 펫숍 뒷방에서 학대를 당하며 밥인지 모래인지 알 수 없는 것을 먹으며 살아온 아이라고 했다.
성묘에 밝은 성격도 아니고 이상 행동도 보이며 혈변도 싸는 다지에게 새 가족을 찾아주는 건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결국 쏭알 씨네 가족은 회의 끝에 다지를 가족으로 들이기로 했다. 물론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약 1년간 가족들과 데면데면하게 지냈다는 다지. 그러던 어느 날 자고 있는 쏭알 씨의 옆으로 조용히 다가온 다지가 몸을 기대고 잠을 잤다고 한다.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다옹.." |
"이 아이가 마음을 열기 시작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엄청 감동받았고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해요. 그 뒤로는 같이 자려고 하지 않아 약간 서운하긴 하지만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쏭알 씨는 웃어 보였다.
그렇게 한 식구가 된 다지는 여전히 폐소공포증과 이런저런 후유증을 가지고 있지만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된 상태가 됐다.
겁이 많고 쏭알 씨네 가족 외에는 신뢰하는 것이 전혀 없는 시크한 다지이지만 온순한 성격에 간혹가다 보여주는 애교가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고 있단다.
"집사도 나랑 같은 마음이지?" |
독립된 공간과 시간을 엄청 중요시하면서도 손, 앉아, 이리 와, 안돼 등의 말은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똑냥이 다지.
다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쏭알 씨는 "매일 아침 굿모닝 인사를 하면서 안고 해주는 말이 있어요"라며 입을 열었다.
"나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ssongr_daji'로 놀러오라옹!" |
쏭알 씨는 "다지야. 내가 맨날 주문처럼 하는 말 알지?"라며 "사랑해. 소중해. 행복해. 건강해. 다지는 보물이야. 어떤 것보다 귀중해"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