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어두운 밤 인적이 드문 동물보호소 앞에 강아지 4마리를 버리고 꽁무니를 빼는 남성의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19일 오후 9시께 충청남도 천안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앞에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섰다. 헤드라이트를 그대로 켠 채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차 밖으로 나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차로 돌아갔다.
운전에 찌뿌둥한 몸을 푸는 것처럼 보였던 이 남성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지 않고 뭔가를 들고 다시 차에서 내렸다. 종이박스 상자였다.
주위를 충분히 확인했다는 듯 거칠 것없이 보호소 쪽으로 걸어온 남성은 종이박스를 던져 놓고선 곧장 차로 돌아갔다. 꽁무니를 빼는 것처럼 뛰어서 차로 가더니 즉시 그 자리를 떴다.
다음날 오전 8시30분 쯤 보호소 관계자들은 이 남성이 놓고간 종이박스를 발견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 안에는 4살 쯤으로 보이는 암컷 말티즈 1마리와 이제 유치가 나기 시작한 3개월 정도된 어린 강아지 3마리가 들어 있었다. 어린 강아지들은 체중이 겨우 1~1.5kg에 불과했다.
12시간 가까이 밤새 좁은 박스에서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떨다가 아침을 맞은 것이었다. 그렇게 밤을 샌 강아지들은 싸놓은 똥이 털에 묻어 있었고, 털은 삐죽빼죽 제멋대로였다. 보호소 관계자들이 CCTV를 돌려보니 전날밤 이 남성의 소행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종이 박스 안에서 기가 죽은 채 발견된 강아지 4마리. |
강아지들은 다행히 좀 마른 것 외에 눈에 보이는 질병은 없어 보였다. 보호소는 강아지들 겉모습이 다르기는 하지만 4마리 모두 한배에서 태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어미로 생각했던 4살 말티즈 역시 출산의 흔적이 없었다. 그래서 업자가 데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하고 있다.
보호소 관계자는 "차량 번호판이 보이지 않도록 일부러 헤드라이트를 아주 환하게 켜놓은 채 버리고 갔다"며 "이렇게 작정하고 보호소에 버릴 것이면 최소한 글이라도 남겨두지 그랬느냐"고 개탄했다.
강아지들은 보살핌을 받고 다시 생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
보호소에서는 추운 날씨를 감안해 일단 사무실에서 이들 강아지들을 돌보고 있다. 강아지들은 보호소 봉사자들이 목욕과 간단한 미용을 해주면서 말끔한 모습을 갖게 됐다.
이 관계자는 "아가들 짖음도 없고 너무나 순하고 여리여리하다"며 "보호소에 있기에는 너무나 어리고 접종 등의 치료도 필요한 애기들"이라고 관심을 호소했다. 이 강아지들은 유실유기동물 공고가 올라가기는 했으나 공고에 관계없이 치료목적으로 입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