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집사가 혼맥(혼자 맥주 마시기)을 하고 있는 모습을 빤히 보던 고양이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가끔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는 집사 서미 씨는 최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맛있는 안주와 함께 혼맥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집사를 본 고양이 '엘리'는 후다닥 식탁 위에 올라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참 혼맥을 하고 있는 집사를 보던 엘리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데.
"이게 벌써 몇 캔 째냐옹.. 집사 꿈이 술쟁이야?!" |
늘어나는 맥주캔과 한껏 신이 난 집사를 번갈아 보던 엘리는 급기야 고개를 휙 돌렸다.
눈을 꼭 감으면서 한숨을 쉬는 엘리. 당장이라도 "에이 쯧쯧.. 집사야. 술쟁이가 꿈이야?"라고 말을 할 것만 같다.
"떼잉.. 안 볼란다.." |
서미 씨는 "제가 식탁에서 뭔가를 먹고 있으면 엘리가 식탁 위로 올라와 앉아 있는데 이 날도 평소처럼 옆에 앉아 있었어요"라며 "그러다 표정이 '에이 쯧쯧' 하는 것 같아서 남기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날만 그런 건 아니고 제가 술을 마시거나 마시고 들어왔을 때마다 엘리는 이런 표정을 짓더라고요"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곧 1살이 된다는 엘리는 서미 씨의 첫 반려묘다.
"집사! 뭐해? 나랑 같이 놀자옹~" |
예전부터 고양이를 가족으로 들이고 싶어 했던 서미 씨는 여기저기 알아보다 몸이 약하거나 가족을 만나지 못한 냥이들을 보호하고 입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을 알게 됐다.
그곳에서 만난 엘리 역시 처음에는 눈도 많이 아프고 힘도 없어 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보고만 오자는 마음이었는데 서미 씨는 엘리를 보자마자 강한 묘연을 느꼈다. 그렇게 엘리는 서미 씨의 가족이 됐다.
"빨리 일어나라옹.. 쿨.. (집사 깨우러 왔다 자는 중)" |
서미 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건강하고 멋있게 자란 엘리는 온순하고 참을성 있는 냥이로 성장했다.
소심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침착한 편이라 병원을 갈 때도, 목욕을 할 때도 수월한 편이란다.
한 번은 병원에 가서 아픈 주사를 맞게 됐다는 엘리. 혹시라도 몸부림을 치다 다칠까 봐 담요로 감싸고 목에 넥카라도 하게 됐다는데.
"선생님.. 전 준비가 됐어요.. 조금만 참으면 되는걸요.. 별거 아니.. 익!!!!" |
주사 맞는 것에 금방 순응하고 아련한 눈빛을 보내던 엘리는 "익!" 소리 한 번 낸 것을 끝으로 용맹하게 주사를 맞았단다.
모든 일에 덤덤할 것 같은 엘리는 의외로 엄청난 애교냥이에 집사바라기다.
"집사 너무 좋다옹~" |
맨날 서미 씨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물론 심심할 땐 강아지처럼 장난감을 물고 집사를 찾아온다고.
"평소엔 잘 울지 않는데 뭐 필요하거나 심심하면 꼭 울면서 저를 찾더라고요"라고 서미 씨는 말했다.
가끔은 화분 안에 들어가 숨바꼭질을 하느라 몇 번이나 화분을 넘어트리고 사춘기 냥이처럼 말썽도 부리지만 엘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서미 씨를 웃게 해주고 있다.
"앗! 여기 숨은 건 어떻게 찾았지??" |
엘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서미 씨는 "엘리야 네가 없었으면 나는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 나에게 선물처럼 와줘서 고마워"라고 입을 열었다.
"나의 매력에 푹 빠졌다면 '@alii_inwonderland_'로 놀러오라옹~" |
이어 "후회 없이 잘해주고 싶은 마음과 달리 여전히 부족한 나지만 네가 나와 있을 때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 아프지 말고 같이 행복하자"라며 "좋아하는 츄르 맨날 사줄게 엘리 때문에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 동기부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리님!"이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