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의류수거함 속에 버려진 강아지가 구사일생으로 구조됐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신의 일처럼 나서준 시민들 덕분이었다.
지난 5일 밤 11시40분이 다된 시각 충남유기동물구호법인 동물과의아름다운이야기(이하 동아이) 이경미 대표는 돌보는 강아지와 고양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이날 밤 9시40분쯤 문자가 온 것을 뒤늦게 알았다.
천안시 신부동 천안북일고와 아파트 주변 길거리에 놓인 의류수거함 속에서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가 난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수거함 속에 버린 듯한데 구조하러 와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이 대표의 머릿속에 문득 8~9년 전 일이 스치고 지나갔다. 추운 겨울날 의류수거함 속에서 '야옹야옹' 새끼 고양이들 울음소리가 난다는 제보를 받았고, 현장에서 고양이들을 구조한 적이 있었다.
그날은 엄청 추웠던 지라 앞뒤 가리지 않고 절단기로 수거함을 열어 제치고 고양이들을 구조해 냈더랬다. 어미가 추운 날씨에 수거함을 집으로 삼았는데 어미는 로드킬 당했고 배가 고파진 새끼들이 울어대고 있었던 것으로 후에 파악됐다.
이 대표가 전화를 걸어 파악해보니 발견자는 이미 여러 곳에 연락을 해봤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고,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도 더이상 나지 않아 집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낑낑대거나 야옹하는 소리에 버려진 줄 알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더니 장난감이었다는 해프닝도 있지만 새끼 고양이들을 구조한 적이 있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미 자정이 다된 시각 강아지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외출 채비를 서두르게 했다.
이 대표는 발견자에게 현장으로 나와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발견자는 흔쾌히 응했다. 자정이 넘어 도착한 현장.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리 의류수거함을 흔들고 때리고 불러봐도 반응이 없었다.
위급 상황일 수 있다고 보고 의류수거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서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했다. 다행스럽게도 수거업체 사장님은 현장으로 와주겠다고 했다. 만일 알아서 하라는 말을 들었다면 경찰을 대동하고 수거함을 강제로 개방할 작정이었다.
수거업체 사장님은 그 새벽에 30분 동안 차를 몰아서 현장에 왔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의류수거함을 열었지만 강아지는 그 위에 없었다. 몇 겹의 옷을 헤치자 자고 있는 새끼 강아지가 눈에 띄었다. 진도 믹스 강아지였다. 많게 잡아도 두 달도 안된 어린 녀석이었다.
사람의 손이 이리저리 자신의 몸을 만지자 잠에서 깬 이 녀석은 멀뚱대다 잠시 후에서야 짖어대기 시작했다. 오줌까지 싼 것으로 봐서 수거함 속에 버려진 지는 좀 시간이 된 듯했다. 최초 발견자가 발길을 돌렸을 때 이 녀석은 짖다 지쳐서 잠든 것으로 생각됐다. 굶주림에 녀석은 솜털처럼 가벼웠다. 나중에 재보니 몸무게는 1.3kg에 불과했다.
구조 작업은 잠시 더 진행됐다. 진도 믹스라면 분명 새끼가 한 마리만 있을 리는 없었다. 수거함 아랫쪽까지 속속들이 헤쳤으나 다른 강아지는 없었다. 그렇게 한밤의 의류수거함 구조 소동은 끝이 났다.
강아지는 굶주린 것을 빼고는 큰 이상은 없어보였다. 다음날 찾아간 병원에서도 외상이나 별다른 질환은 나타나지 않았다. 거처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쑥스러움없이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이 대표는 "수거함을 열고 보니 손바닥 만한 애기 강아지가 버려져 있었다"며 "그 추운날 이 어린 아가를 죽으라고 버린 것인지, 그것도 CCTV 하나 없는 곳에.."라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