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우리에겐 여전히 대성당으로 익숙한 터키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터키명 아야 소피아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온 초록빛 눈의 고양이 글리가 16년 간의 생을 마치고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알리 예르리카야 이스탄불 주지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글리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예르리카야 주지사는 "글리를 잃은 것이 가슴 아프다"며 "글리는 9월24일부터 개인 동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안타깝게도 고령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글리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글리는 지난 2004년 아야 소피아의 직원 휴게실 지붕 아래에서 갓 태어난 채로 발견됐다. 직원들은 '사랑의 결합'이라는 뜻의 글리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글리는 이때부터 아야 소피아를 자기 집으로 삼았다.
초록의 에머랄드빛 눈동자를 가진 글리는 이후 아야 소피아의 마스코트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또 글리와 찍은 사진은 아야 소피아 방문의 추억으로서 증거로서 빠지지 않았다.
특히 글리는 이슬람교 대 기독교, 터키 대 서양의 종교·정치적 갈등 속에서 그 존재가 더욱 부각됐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7월10일 아야 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0년대의 내각결정을 취소했고,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직후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종교와 정치 중립적이던 아야 소피아가 다시금 이슬람 사원으로 환원됐다.
아야 소피아는 동로마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서기 537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건립한 대성당으로 이후 900여년간 정교회의 본산 역할을 했다.
1453년 메흐메트2세의 오스만 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오스만 제국의 황실 모스크로 바뀌었고,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고 10여년이 지난 1935년부터 박물관으로 사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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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로 바뀌면서 글리를 비롯한 아야 소피아에 살던 다른 고양이들의 거취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7월말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변인 이브라힘 칼른은 글리를 비롯한 아야 소피아 고양이들이 계속 그곳에 머물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들 고양이들은 계속 삶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편 4년 전 한 여행 가이드에 의해 개설된 글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애도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계정은 지난 7월 모스크 전환 결정 당시 팔로워가 5만 정도였으나 최근 12만 가까이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