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지인이 키우는 스피츠. 스피츠는 예민해서 번견(番犬)으로는 최적이다. |
[노트펫] 2017년 기준 서울시민 중 오피스텔 포함 공동주택 거주 인구 비율은 75%에 이른다. 하지만 공동주택의 팽창 이면에는 단독주택의 지속적인 감소가 있다. 한때 한국인의 대표적인 거주 형태였던 단독주택 거주 인구 비율은 같은 기간 기준 23%에 그치고 있다.
단독주택은 공동주택과는 달리 하늘을 볼 수 있는 마당도 있고, 층간 소음에서도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하지만 주택 관리인이 따로 있는 공동주택과는 달리 주인이 전적으로 자신의 집의 안전과 유지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는 수고스러움도 따른다.
지금은 공동주택에서 거주하고 살고 있지만, 필자는 단독주택에서 생활한 시간이 공동주택보다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그런데 공동주택에서 살던 기간은 대부분은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였다. 필자가 어릴 때 당시 부모님은 단독주택의 어려움을 상당 부분 반려동물의 힘으로 극복하셨다. 이는 주택의 안전과 경비 업무를 동물들에게 맡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1970년대 대한민국은 아직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는 경제적 상황도 어렵고 골목마다 방범을 목적으로 하는 CCTV가 보급되지 않았다. 그 결과 좀도둑이 적지 않았다. 도둑이 밤에 들었다는 얘기는 동네에서 놀라운 이야기 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필자의 집은 그런 좀도둑의 피해에서 예외였다. 든든한 경비원이 둘씩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마당에는 목줄을 풀어 놓은 스피츠와 셰퍼드가 돌아다니며 순찰을 섰다. 물론 그 개들도 야간 시간 대부분은 잠을 잤다. 하지만 집근처에서 이상한 인기척이 나면 한번 씩 짖어주며 주인에게 위험을 알렸다.
한밤중에 나는 대형견의 울음소리는 멀리 퍼진다. 필자의 옆집에게는 그 울음소리를 든든한 공짜 방패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옆집 아주머니는 필자의 어머니를 보면 “옆집 개 때문에 우리 집까지도 도둑이 들지 않는다.”면서 개들이 먹을 것도 챙겨주며 좋아했다.
고양이는 사람에게는 귀여운 동물이지만 설치류에게는 마치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다. 2014년 경기도에서 촬영 |
하지만 안전한 집의 완성은 경비견의 존재만으로는 보장되지 않는다. 당시는 쥐도 많았다. 물론 지금도 단독주택에는 구서(驅鼠) 문제를 신경 써야 할 것이다. 쥐는 갉는 습관 때문에 주택의 목재를 망가뜨리는 주된 원인이다. 그래서 쥐가 단독주택을 자신의 집으로 여기고 정착하면 건물 자체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고양이를 키우면 쥐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교육을 받지 않아도, 시키지도 않아도 책임지고 쥐를 제어한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개인 MBO(Management By Objectives, 목표관리)를 꺼낼 필요도 없다. 필자의 집 고양이는 워낙 성실하게 일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1970년대 필자의 부모님은 개와 고양이를 통해 좀도둑은 물론 쥐까지 통제했다. 밤샘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건물 관리인과 경비원을 무려 셋이나 두었으니 그 단독주택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전적으로 안전하였다. 70년대를 풍미하던 개와 고양이의 완벽한 역할분담이라 할 수 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