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24일 방영 KBS 2TV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 훈련사가 무릎을 물린 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방송 캡처. |
[노트펫] 지난 8월 말 KBS 2TV 예능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강형욱 훈련사가 아메리칸 불리를 훈련하다 무릎을 물려 촬영을 중단하고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다리를 붙들고 몸을 비비는 마운팅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 밀쳐내자 흥분한 아메리칸 불리가 강형욱을 물어 버린 것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손 쓰기가 어려웠다. 베테랑 강형욱 역시 물림사고에 항상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문제견 행동교정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었다. 반려견 업계 종사자에게 개물림사고는 흔한 일상이라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애견엽회가 지난 10월 한 달 간 애견미용사, 훈련사, 브리더, 수의사 등 국내 반려견 업계 종사자 7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반려견 업계 종사자의 개물림 교상 실태 및 감염병 예방 인식 설문 조사'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86%인 662명이 '업무 중 개물림으로 인한 교상 경험'을 갖고 있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39%, 교상 경험자의 45.5%인 301명은 개물림 교상을 1개월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고 답했다.
강형욱처럼 문제견 행동교정에 업무의 비중을 두는 훈련사는 물론이고, 애견미용, 수의사 등 강아지와 대면접촉을 피할 수 없는 업계 종사자들 모두가 물림 사고에 노출돼 있고, 그것도 빈발하고 있다는 의미다.
빈도는 물론 물림사고의 정도 역시 심각하다는 게 한국애견협회의 분석이다.
교상 정도(복수응답)에 대해 교상 경험 종사자(662명) 중 약 60%가 피부 표면이 찢기거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상처를 경험했다. 다음으로 긁힘(57.1%), 심부조직 및 신경ᆞ혈관ᆞ근육손상(18.7%)으로 나타났다. 관통상을 입은 경험자도 13.1%에 달했다.
이로 인해 교상 경험 종사자(662명) 중 약 52%인 342명은 병원 방문이나 응급실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의사라고 하면서 치료하는 개에게 물려서 왔다고 답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물림사고에 노출돼 있고 실제 대부분 종사자가 물리고 있지만 물림사고에 의한 질병 예방에는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6명은 개물림 교상에 의한 파상풍 등 감염병 예방 교육을 받은 경험이 전무했다.
파상풍은 동물에 의한 교상으로 감염될 수 있는 대표적 감염질환이다. 파상풍 균에 감염되면 상처 부위에서 자란 파상풍균의 신경 독소에 의해 근육 수축을 유발해 근육이 마비되거나 통증이 동반된다.
파상풍 환자의 80% 이상이 전신형으로 나타나며 목과 입 주위에 강직성 경련과 마비로 인해 입을 벌리기 힘든 증상이 발생한다.
개물림 교상 위험이 있는 경우 파상풍 예방접종이 권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6%(278명)은 본인의 파상풍 예방접종 여부를 잘 모르거나 접종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신귀철 한국애견협회 회장은 "2019년 기준 반려동물 관련 종사자 수는 5만 여명 규모로, 국내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 추세에 따라 애견 관련 전문 인력에 대한 관심과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그러나 강아지 건강에 대한 관심에 비해 반려견 업계 종사자들의 건강 문제에 대한 인식은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려견 업계 종사자들은 크고 작은 개물림 사고에 상시 노출돼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심리적 문제 뿐 아니라 신체 건강 상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며 "반려견 업계 종사자들이 개물림 교상 현실을 제대로 알고 감염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현직 및 예비 반려견 업계 종사자 대상 교육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