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술은 위스키다. 이 술을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매년 1~2%의 술이 자연적으로 증발한다. 위스키 제조업자들은 이렇게 줄어든 술의 양을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 부른다.
허공으로 날아갔으니, 아마도 천사들이 즐겼을 것이란 역설적 표현이다. 담근 술을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양이 줄어 손해를 봤겠지만 ‘천사의 몫’이라며 웃어넘기는 것이다. 여유가 묻어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국내에서 선보였던 한 맥주 광고에서 자사 맥주의 신선도를 자랑한다며 맥주잔에 남겨진 하얀 거품의 고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 거품의 고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란다. 이 거품의 고리인 ‘엔젤링’이라는 것도 그 용어의 탄생 배경은 ‘천사의 몫’과 유사한 맥락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천사란 수식어를 많이 사용한다. 천사의 이미지를 좋아하는 탓이다. 때론 생뚱맞기도 하다. 우리는 관용적으로 순결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일컬어 천사라고 표현한다. 선행과 기부 등으로 미담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에겐 천사란 칭호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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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세상에도 천사가 등장한다. 우리는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안내견’에 대해서도 그들의 기특함을 칭찬하고, 희생에 대한 보답의 차원에서 ‘길 위의 천사들’이라는 호칭을 붙여 준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몇몇 견종에 대해 ‘천사견’ 또는 ‘악마견’이라 구분한다. 그래서 ‘3대 천사견’이니, ‘3대 악마견’ 운운하곤 한다. 하지만 그 어떤 훈련사도 ‘천사견’과 ‘악마견’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천사견’과 ‘악마견’은 일부 견주들이 만들어 낸 말이다. ‘천사견’과 ‘악마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불필요한 얘깃거리일 뿐이다.
자신과 함께하는 반려견을 ‘천사’로 만드느냐, ‘악마’로 만드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사람의 몫이다. 사랑과 관심, 그리고 견종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키우면 천사처럼 되는 것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일반이다.
말 못하는 짐승에 대해 애완을 넘어 반려로 부르는 세상이다. 사랑과 배려, 여유로운 삶의 자세로 그들을 천사처럼 키우면 자신의 이미지도 천사처럼 되지 않을까. ‘소리가 조화로우면 울림이 맑고, 형태가 곧으면 그림자 역시 곧다’는 말을 있듯이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준비된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