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 포스터. |
[노트펫]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을 본 지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아직도 귀에 생생히 들리는 울림 있는 대사다. 왕위에 관심이 많던 수양대군(이정재)이 용하기로 소문난 관상가(송강호)에게 툭 던진 질문이다. 영화는 그 대사 덕분에 천만에 가까운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대성공한다.
영화 속 수양대군은 이리의 상, 명장 김종서 장군은 호랑이의 상으로 나온다. 만약 영화 속 분석이 맞는 것이라면 호랑이가 이리에게 물려 죽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 ‘관상’은 한 편으로 마무리되는 작품이 아니었다. 역학(易學)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테마로 한 3부작의 시작이 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관상의 뒤를 이은 작품은 궁합, 마지막 작품은 명당이었다.
명당(明堂)은 밝은 명(明)과 집 당(堂)이 합쳐진 밀이다. 글자대로 해석하면 좋은 땅이 된다. 그런데 풍수(風水)에서는 명당이라고 불리는 좋은 땅에 터를 잡고 집을 짓거나, 부모나 조상의 묘를 두면 땅의 기운을 얻어 자손이 그 혜택을 누린다고 한다.
필자는 풍수에 대해 관심이 없고 아는 것도 없다. 가까운 조상들은 모두 화장을 해서 명절 때 찾아갈 묘도 없다. 차례와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조상을 기리는 일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딱 하나는 안다. 동물에 관한 부분이다.
사람이 아닌 동물은 풍수에 입각해서 명당을 찾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본능에 따라 좋은 땅을 선택하고 이용한다. 많은 동물들이 좋아하는 땅은 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곳이다. 물기가 잘 빠지지 않는 진창에서 뒹굴며 온몸을 진흙범벅으로 만드는 멧돼지가 아닌 이상 대부분 그렇다.
진흙목욕을 하고 있는 멧돼지(박제), 2017년 11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촬영 |
동물이 좋아하는 명당에는 계절적 차이가 있다. 특히 겨울 명당은 볕이 잘 들고 눈이 빨리 녹는 곳이다. 겨울철 산행을 하면 주변에는 눈이 수북하지만 유독 눈이 없는 곳이 있다. 바로 그곳이 동물이 겨울철에 햇볕을 쬐기 좋은 곳이다. 일광욕을 위한 말 그대로의 핫 플레이스(hot place)인 셈이다.
필자가 단독주택에서 살 때 마당의 명당자리는 으레 동네 길고양이들의 자리였다. 고양이가 잠을 청하는 곳은 어김없이 햇볕이 마당에서 가장 잘 드는 곳이었다. 그렇다고 자리의 주인공이 고정은 아니었다. 거의 매일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뒷마당에서 햇볕을 즐기는 길고양이, 2017년 8월 미국 미주리주에서 촬영 |
고양이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따뜻한 곳을 즐기는 동물이다. 과거 아궁이에 밥을 할 시절에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아궁이 근처 자리는 항상 고양이의 몫이었다. 고양이가 구서(驅鼠)라는 실용적인 역할을 할 때 사람들은 고양이를 서운하게 대접하지 않았다.
고인이 되신 필자의 조부도 아궁이 근처를 찾아서 매일 아침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셨다. 그리고 오늘도 열심히 일할 것을 당부하셨다. 그야말로 칙사 대접이었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