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경상남도에서 시작된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표시제가 법제화 수순에 들어갔다.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동물병원 진료비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2일 △수술 등 중대한 진료에 대한 설명 및 사전 동의 △동물 소유자 등에게 진료비용 등 고지 △진료비 현황 조사·분석한 결과 공개 △동물의료 체계적 발전을 위한 진료 표준 마련 등 4가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의사법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 4월 같은 내용으로 입법예고했던 법안에서 동물병원 내 소비자의 권리·의무 게시 등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 다시 올린 것이다.
중대 진료에 대한 설명 및 사전 동의는 동물병원 개설자 즉 수의사가 동물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과 함께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수술 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 수술 등 전후 동물의 소유자 등이 준수하여야 할 사항을 사전에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예상 진료비용에 관한 사항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흔히 진행되는 중성화수술에 대해서도 방법과 수술 뒤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 수술 전반에 관해 설명하는 것은 물론 수술비용에 대해서도 안내해야 한다. 중대한 진료 행위는 중성화수술과 함께 국내 반려견들 상당수가 겪고 있는 슬개골 탈구 수술, 탈장수술 등 수술과 수혈 등이 포함된다.
설명 및 사전 동의는 의료법 제24조의 2항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에서 따왔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내시경 검사 시 동의서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의료법은 예상 진료비용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수의사법 개정안은 동물 진료비가 보험 미적용에 따라 동물 소유자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예상 진료비용 설명과 동의 내용까지 집어 넣었다.
'진료비용 등의 고지'는 진료에 앞서 진료비용을 소유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 역시 보험 미적용에 따른 진료비 부담과 관련이 깊다.
지난해 10월 창원 지역에서 전국 최초로 동물병원 진료비 자율표시제가 시행됐다. 사진 경상남도. |
농식품부는 "동물진료비는 건강보험 지원이 되지 않아 동물 소유자가 체감하는 부담이 높다"며 "진료비용을 사전에 알려 동물 소유자 등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비용에 대해 사전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병원은 예방접종 등 진료와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다빈도 진료항목에 대한 비용을 고지해야하고, 고지 방법은 농림축산식품부령에서 정하도록 했다. 다빈도 진료항목에는 엑스레이 검사와 혈액검사, 입원료 등이 포함된다.
실무적으로는 김경수 도지사 지시로 경상남도가 지난해 10월부터 창원 지역 70개 동물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진료비 자율표시제와 유사하게 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상남도의 진료비 자율표시제는 경남도가 조기 확대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2020년 4분기 행정안전부 선정 자치단체 규제해소 우수사례로도 선정되는 등 정부에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초진료와 재진료 등 기본진찰료 2종, 개 종합백신(DHPPL) 등 예방접종 9대 항목, 심장사상충과 진드기 등 외부기생충 등 기생충예방약 7종, 그리고 흉부방사선 검사와 복부초음파검사 등 4대 분류 20개 다빈도 진료항목의 진료비를 병원 내부에 게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법안에서 기본진찰료와 예방접종료, 검사료 등 3대 분류 12개 진료항목을 진료비용 게시 항목으로 예시했다. 예방접종료에서 고양이 백신접종이 빠져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경남도의 자율표시 대상 진료항목과 큰 차이가 없다. 수의계 역시 해당 내용을 수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알리는 것으로 읽히는 고지가 아닌 게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법안에서 추가로 담고 있는 '진료비 현황 조사·분석한 결과 공개' 역시 진료비를 억제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는 조항이다.
동물병원별로 게시한 진료비를 조사·분석하여 소비자에게 공개, 개략적으로 진료비를 비교하는 한편 진료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다. 지역별, 병원 규모별 진료비 현황이 공개되면서 동물병원에서 부당하게 진료비를 부과하는 행위를 줄일 것이란 기대다.
마지막 동물진료 체계적 발전을 위한 진료 표준화 근거 마련은 수의계도 반기는 사안이다. 하지만 법안 통과 시 가장 늦게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조항으로 선 표준화 후 한 진료비 고지나 게시를 주장해온 수의계와는 순서가 다르다.
수의계는 진료용어, 진료행위, 진료항목별 절차 등의 표준화를 진료 표준화로 정의하고, 표준화가 이뤄진 뒤에야 진료비를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진료비에 대한 혼란을 줄이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이번 법안 전반에 대해서도 이전처럼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입법예고는 다음달 11일까지 진행되며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로 넘어간다. 통상적인 소요기간 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될 경우 빠르면 오는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유사 법안들과 함께 올해 정기국회 무렵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