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 아이들과 함께 '디노 타샤 공룡 대탐험'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공룡의 대멸종을 주제로 다룬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인 디스커버리가 만든 작품이다.
따라서 스토리텔링 형식을 가진 영화가 보여주는 기승전결 구도보다는 다큐멘터리적인 관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제작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공룡 멸종의 원인을 소행성과의 충돌로 단정 지은 ‘디노 타샤 공룡 대탐험’을 보면서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만약 인류가 오래 전에 멸종한 공룡의 전철을 밟아 멸종하면 이 지구는 어떻게 될까?
물론 공룡 이후 다른 생명체들이 지구에서 생활을 하며 생태계의 공백을 문제없이 메꿨듯이, 인류가 멸종하면 또 다른 생명체들이 인류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류가 멸종하게 되면 인류의 유일한 친구라고 불리는 개의 운명을 어떻게 될까? 개는 독립심이 없고 사람에게 너무 많이 의존해서, 사람과 같이 멸종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내 견해는 다르다. 물론 생존의 대부분을 사람에게 의존하는 개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실내견이나 애견으로 분류되는 말티즈, 푸들, 요크셔테리어 같은 개들이 어떻게 인류 멸종 이후 야생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애완견들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개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적지 않은 수의 개들은 인간에게 의지하지 않은 상태로 이미 생활을 하고 있다. 아시아, 유럽은 물론 남북 아메리카에는 들개, 야생개 등으로 불리는 개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이 개들은 인류 멸종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생을 영위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인간이 소멸된 지구에서 먹이 사슬의 최상위 계층을 이루는 존재는 누가 될 수 있을까? 호랑이, 사자, 표범 같은 대형 고양잇과동물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그 동물들의 개체수가 너무나 적고 생존 지역이 극히 국지적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먹이사슬 최상위 계층의 자리를 현재 들개라고 불리며 사람들에게 천대 받는 존재들이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들개들은 빠른 번식력과 뛰어난 적응력 그리고 무리 생활 본능까지 가지고 있어서 인류가 멸종한 이후 세계를 지배하기에 적합한 여러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물론 들개들이 그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체구가 커져야 하고 보다 강력한 발톱과 이빨, 턱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