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경상남도 고성군 동물보호소에 다시금 기적이 일어났다. 이 보호소에서 강아지를 입양한 배우 조승우도 입양을 호소하고 나선 가운데 안락사 명단에 올랐던 유기견 15마리 모두 하루를 앞두고 입양처를 찾았다.
고성군 동물보호소는 지난 24일 밤 인스타그램에 "안락사가 예정된 3월25일, 고성군 보호소는 안락사를 진행할 아이가 없다"고 밝혔다.
보호소 자체 안락사 심의위원회가 지난 17일 유기견 15마리를 안락사 명단에 올린 뒤 입양 총력전을 펼친 끝에 얻은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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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배우 조승우도 힘을 보탠 결과다. 조승우는 지난 1월 이 보호소에서 개체관리번호 50번으로 불리던 유기견을 입양했다.
곰자라는 이름을 갖게된 이 녀석은 지난해 9월초 산속에서 구조돼 보호소에서 지내다가 오랫동안 있었다는 이유에서 안락사 명단에 올랐다.
SNS를 하지 않는 조승우는 지난 23일 고성군 동물보호소 인스타그램에서 곰자의 근황을 공개하면서 '이번 명단에 오른 아이들 모두가 입양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보호소 측의 입양 홍보 요청에 흔쾌히 응한 것으로 보인다.
조승우가 지난 1월 입양한 곰자. 보호소 시절과 현재 모습. 활달해진 모습이 확연하다. |
곰자의 활달해진 모습이 보는 이들에게 기쁨을 안겨줬고, 안락사 명단에 오른 유기견들에 대한 관심도 한층 커졌다. 더불어 안락사 명단에서 삭제되는 유기견들도 빠르게 늘었다.
23일까지 입양처를 찾은 유기견들은 5마리에 불과했으나 조승우의 호소와 보호소 측의 입양 방송 등 막판 총력전 끝에 이틀 만에 10마리 모두 명단에서 빠졌다.
물론 막판까지 가슴을 졸이게 하는 일이 있었다. 14마리의 입양처가 정해지고도 유독 개체번호 201번 강아지에게는 문의가 없었던 것. 체중 12kg에 5살 가량된 수컷 믹스견이 그랬다.
마지막까지 사람들의 관심이 없었던 개체번호 201번 유기견. 하지만 며칠 간 이 녀석을 고민하던 입양자가 있었다. |
입양 홍보 방송에서는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는지 슬픈 눈에 축처진 모습이 비춰지면서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녀석에게도 기적이 일어났다.
입양자는 "마지막까지 이 아이만 입양 및 구조가 없어서 자기도 아는지 슬픈 눈과 마지막은 포기상태로 눈감은 저 아이가 계속...(눈에 밟혔다)"며 "며칠 고민하고 생각하고 눈물로 지새다가 먼저 보낸 울아가들 생각하면서 이 아이를 마지막으로 구조했다"고 밝혔다.
계속 관심을 두고 고민하다가 막판에 결심을 굳힌 것이었다.
고성군 보호소는 지난해 9월 이전만 해도 최근 1년간 안락사 비율 86.7% 전국 1위, 입양률 6.3% 전국 꼴찌라는 악명을 갖고 있었다. 시설도 열악했고, 안락사 과정에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의혹을 제기한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지난해 9월 고성군과 협약을 맺고, 보호소 운영에 참여하면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입양에 방점을 찍은 보호소 운영이 돋보인다.
지난해 11월 제1차 안락사 심의위원회에서 10마리를 명단에 올렸지만 모두 입양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1월 2차 때는 무려 21마리가 명단에 올랐으나 이 역시 모두 입양보냈다. 조승우의 곰자도 이 21마리에 포함돼 있었다.
이번까지 세 차례 안락사를 제로로 만들었지만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시군 보호소는 유기동물을 선택적으로 받을 수 없어 얼마 안 가 시설이 꽉 차게 된다. 게다가 시골이라면 선호도가 떨어지는 중대형 믹스견들이 상당하다. 이번 3차 때 역시 중대형 믹스견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가 이 개를 구한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 개에게는 세상이 바뀔 것입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 모토대로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한다는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