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그 제목부터 징그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 글의 내용은 책이나 인터넷 정보를 통해 필자가 알게 된 것이 아닌, 오로지 지난 20여 년 동안 열대어를 키우면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작성한 것임을 미리 밝혀 둔다.
아프리카 말라위 호수가 고향인 말라위 시클리드들은 치어를 지키려는 모성 본능도 강하고,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성향도 상당한 공격적인 어종이다.
모든 물고기들이 수명이 정해져 있듯이 이 열대어도 키우다 보면 죽는 경우가 발생한다. 주인이 집에 있는 동안 물고기가 죽으면 사체를 뜰채로 바로 건져 내지만, 외출이라도 한 상태에서 물고기가 죽어서 사체가 되면 수시간 이상 사체는 수족관에서 방치될 수밖에 없다.
필자인 캉스독스가 키우던 말라위 씨클리드. 죽은 씨클리드는 다른 개체가 눈부터 먹어 없앴다. |
그런 경우 대부분 사체에서 눈알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 그 어떤 신체부위보다 사체에서 눈이 가장 빨리 없어진다. 예외가 거의 없었다.
말라위 시클리드들은 조금 전까지 자신과 같이 살았던 동료가 죽으면 태도가 돌변하여 바로 동료를 고깃덩어리로 보고 사체를 뜯기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입을 대는 부위가 눈인 것이다.
작년 가을 키우던 말라위 시클리드 중 한 마리가 죽었다. 집에서 키우는 시클리드 대부분은 필자가 어미로부터 직접 치어를 털어내고, 키운 물고기들이다. 그래서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모두 애착이 간다. 그런 물고기들이 죽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특히 지난 가을 죽은 말라위 시클리드는 체구도 당당하고, 색상도 아름다워 많은 치어들을 남기기를 바랐는데, 무엇이 급하다고 그렇게 일찍 저세상으로 갔는지 원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물고기의 사체도 다른 물고기의 경우와 다르지 않았다. 역시 다른 사체와 같이 눈부터 사라졌다. 물고기들은 왜 그렇게 다른 물고기 사체의 눈을 즐기는 것일까?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른다.
대충 짐작이가는 것이 하나 있다. 물고기의 입맛에는 다른 물고기의 눈 부위가 가장 맛있는 부위가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눈부터 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열대어들이 동료의 사체를 뜯는 것을 보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눈으로 본 관점일 뿐이다. 물고기 입장에서 보면 죽은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닌 작은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작은 자원도 버리지 않고 무한활용하는 자연계의 도도한 흐름의 하나라고 생각하면 마음 편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그렇지만 마음 속으로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