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디까지 가봤니’란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다. 이 문구를 ‘반려동물 시장, 어디까지 아시나요’로 바꿔 본다면 과연 어떤 입장들을 나타낼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이 물음에는 잠시 주저할 것이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새로운 분야의 서비스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는 탓이다.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사람 사는 세상의 변화만큼이나 반려동물의 세계도 변하고 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반려동물을 대하는 인식의 수준이 개인별로 상당한 온도차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개들의 암 치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개들도 암 치료를 하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이어 제3의 주식시장으로 불리는 코넥스시장이 있다. 이 시장에는 반려견의 암 치료제 개발과 판매를 사업목적으로 하는 바이오벤처기업이 상장되어 있다. 아직 제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임상 실험 과정에 있다고 한다. 반려견의 암 치료도 이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국내의 한 동물병원은 반려견과의 ‘아름답고 건강한 이별’을 준비할 수 있도록 죽음을 앞둔 노령견 전용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이 있는 것은 소중한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반려동물에게도 웰빙(Well-Being)만큼이나, 웰다잉(Well-Dying)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KGC인삼공사는 홍삼제품을 제조하고 남은 부산물을 개 전용 홍삼사료로 만들어 판매를 시작했다. 반려동물 박람회에서는 자동급식과 습도조절, 음향시설 등이 갖춰진 개집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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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얘기를 접하게 되면 사실 헛웃음이 나오거나, 살짝 짜증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개팔자 상팔자’ 운운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개만도 못하다는 말은 더 이상 욕이 아니다’고 말한다. 반려동물의 일상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간의 삶과 큰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 사실상 매일반이다. 반려동물은 반려라는 호칭만큼이나, 그들의 삶도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그들은 유사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때문인지 앞으로 더한 얘기를 접하더라도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오히려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해외의 경우 진도가 훨씬 더 나가 있다. 일본의 한 동물병원은 전국적인 거점망을 확보하고 대형화를 추진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 동경증시에 상장했다. 동물병원 최초의 상장이란다. 게다가 스파와 수영장이 갖춰진 반려견 전용 피트니스 센터도 도심에서 운용되고 있다. 얼마 전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러시아의 에르미타시 국립미술관은 그동안 선보였던 ‘에르미타시 고양이’ 컬렉션의 상표권 등록에 나섰다. 이 박물관은 그동안 고양이 관련 상품을 선보였지만, 이제 컬렉션의 상표권 등록으로 저작권 로열티를 챙기겠다고 밝힌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국내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월평균 카드결제액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평균 두 배 정도 많다고 말한다.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그만큼 식구가 늘어난 것이고, 씀씀이 또한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카드업계는 이런 결과를 반영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소개했던 반려동물 연관 사업들은 현재보다는 미래가치를 염두에 둔 것들이 많다. 현재의 관점에선 도전이고, 미래의 선점 효과를 겨냥한 것이다. 시장이, 관련업계의 종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이 보편화 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분명 반려동물 시장은 발전적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럼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자신들이 키웠던 반려동물을 버리거나, 학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이다. 한 해에도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수많은 동물이 버림받거나, 죽임을 당하고 있다. 지난해 유기동물 숫자는 8만1147마리. 하루에 222마리 꼴이었다. 아무리 산업의 발전과 서비스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을 대하는 우리들의 인식에도 보다 성숙한 변화가 요구된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세상만이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