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화창한 봄날이었다. 벚꽃이 만발한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1년에 며칠 반짝하는 벚꽃놀이 계절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 만도 했다. 참고로 어린이대공원 벚꽃은 국회 앞 윤중로와 함께 서울의 양대 벚꽃놀이 장소로 손꼽힌다.
벚꽃을 보기 위하여 방문한 어린이대공원에서 전혀 뜻밖의 광경을 보았다.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나무 기둥 위에 올라가서 우렁차게 포효(咆哮)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날 곰의 포효 소리도 처음 들었고, 나무 위에 높게 올라간 곰도 처음 봤다.
사람들은 만약 산에서 곰을 만난다면 곰을 피하기 위해 일단 나무 위로 올라가서 곰이 지나가도록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상식이었다.
몇 년 전부터 일본 북부지역의 민가에 곰이 출현하여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일본의 야생 반달가슴곰들도 우리나라 동물원의 반달가슴곰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고, 주택가 지붕에도 올라간다고 한다. 곰을 만났다가 잘못된 상식처럼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는 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곰의 종류에 따라 곰을 피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갈 것을 권하기도 하고 반대로 권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 권재현씨가 쓴 '곰을 피하는 방법'(늘봄출판사, 2005년)에는 덩치가 큰 북미산 회색곰(그리즐리)을 만나면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라고 한다.
하지만 덩치가 그리즐리보다 훨씬 작은 흑곰을 만나면 절대로 나무 위로 올라가면 안 된다고 한다. 자칫 높고 좁은 나무 위에서 곰과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다 큰 그리즐리(Grizzly)는 체중이 600kg 정도 된다. 다 큰 소를 도축장에 출하하는 경우 600kg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보통 체구가 아니다. 따라서 이런 거구가 애당초 나무를 탄다는 것 자체가 무리란 얘기다.
어린이대공원에서 느낀 점은 만약 우리나라 산에서 곰을 만나면 절대 나무위에 올라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지리산 등에 있는 곰은 북미산 그리즐리나 다자라면 700kg이 넘는 북금곰 같은 초대형 곰이 아닌 100kg을 갓 넘는 중소형곰인 반달가슴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