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펫] 오토바이에서 떨어져 질질 끌려가던 강아지가 소리치며 쫓아간 관광객 덕분에 큰 화를 면했다. 할머니는 강아지가 오토바이에서 떨어진 것을 모르고 운행하고 있었다.
지난 1일 10시가 넘은 늦은밤 제주 동물보호단체 제주동물친구들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인데 오토바이에 질질 끌려가는 강아지가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는 내용이었다. 관광객은 오토바이를 끌던 할머니는 피 흘리는 개를 그냥 데려갔고 경찰은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개를 내줬다면서 개가 걱정된다고 했다.
제동친 관계자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뒤에 개를 매단 채 달리다 크게 다치게 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사건들이 잊을 만하면 발생하고 있다.
제주 지역에서는 지난 2017년 한 도로에서 70대가 오토바이 뒤에 개를 줄로 묶어 매단 채 700여 미터를 달린 뒤 인근 자택에서 개를 도살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차피 죽일 개였다는 심보였다.
제동친 관계자들은 파출소로 달려가 상황을 파악하고, 할머니 집에도 찾아갔다.
이제 2개월이 됐을까 말까한 어린 강아지는 네 발 모두 살점이 너덜너덜해진 채로 뼈가 드러나 있고, 어떤 곳은 뼈가 갈려나가 치료가 급했다.
경찰관의 협조를 받아 이날 자정쯤 할머니집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받게 했다.
다음날 찾아간 80대 할머니는 자책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가방에 넣었어야 하는데...내가 다쳐야 될건데 개가 대신 다친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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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이랬다. 5일장 좌판에서 야채 파는 할머니는 이날 장에 갔다가 옆에서 떠맡기다시피 하는 강아지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키우기로 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강아지에게 목줄을 사줄 요량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나섰다.
강아지는 오토바이 뒷부분에 묶은 노란 농산물 박스에 실었다. 오토바이가 달리기 시작하자 강아지가 놀랐는지 버둥대다 바깥으로 떨어졌고, 대략 20미터 정도를 질질 끌려갔다.
때마침 관광객 부부가 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쫓아가면서 큰 소리로 알려줘서 할머니가 오토바이를 멈췄고, 강아지가 떨어진 것을 알게 됐다.
김미성 제동친 대표는 "할머니는 '내가 강아지를 데려오는 것이 아니었는데..'라고 자책하시면서도 그저 밥잘주고 예뻐해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이라며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와 부부 사이에 말도 잘 통하지 않아 학대가 아니냐는 오해가 생긴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관광객 부부가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에 강아지가 큰 화를 면할 수 있었다"며 "할머니도 이번 일로 키우는 동물이 다치거나 아플 때는 치료를 해줘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고, 경찰 역시 동물의 안전까지 최선을 다해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제동친은 할머니가 소독에 약을 먹여야 하고, 통원치료까지 해야하는 강아지를 돌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소유권을 넘겨받아 치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우선은 치료를 진행하고 후에 입양처 등을 알아볼 계획이다.